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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론도 Jul 16. 2023

스물다섯 스물하나

그때의 나에게 배운 것


노래 제목부터가 나에겐 잊을 수 없는 숫자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자우림의 '스물다섯 스물하나' 노래를 KBS 불후의 명곡에서 가수 윤하가 다시 불러 많은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30대 후반이 되어 나의 20대를 되돌아보게 되는 노래이기도 해서 윤하의 노래를 들으며 나 또한 저절로 눈물이 났다.


아마 이 노래를 들으며 눈물지은 사람들이 있다면 저마다 가슴속에 품고 있는 그때의 나에 대한 감정이 복받쳐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30대 후반이 된 내가 기억 속 어딘가에 두고 온 나의 20대는 참 치열했다. 그리고.. 아팠고, 외로웠고, 불안했다.


늘 위축되어 있었고, 마음을 다잡아야 했던 긴장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마음껏 웃고 즐기지도, 맘 편히 누군가를 대해보지도 못했던 것 같다. 뭐가 그리 걱정이 많고, 두려웠는지, 가까이 지내던 친구들에게조차 나는 늘 애써 감정을 감추기 바빴다.


최근에 읽었던 개밥바라기별이 생각난다. 빛나는 청춘 같아 보이는 샛별의 또 다른 이름이 개밥 줄 즈음에 보이는 춥고 외로워 보이는 개밥바라기별이기도 한 것처럼 청춘은 꼭 희망차고 밝은 느낌으로만 다가오는 건 아닌 것 같다.


나의 청춘은 개밥바라기별이었다. 이젠 다시 돌아오지 않을 그 시간들을 그렇게 흘려보낸 것이 안타까워 나는 노래를 들으며 눈물이 났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조금만 나에게 더 힘나는 말들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힘들 때 조금 더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그 시간을 돌이켜도 이렇게 그때의 나에게 미안하지는 않았을 텐데 후회가 된다.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거겠지만 그때의 나를 떠올리면 마음이 아려오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사랑도, 우정도 왜 그리 다 버겁기만 했는지, 조금만 즐기는 법을 알았더라도 추억하며 웃을 수 있는 기억들이 조금은 많았을 것 같은데 아쉽다.


근데 한 편으로는 모든 날들이 즐겁고 행복하기만 했다면 가벼운 마음만큼 내 기억 속에서도 별일 아닌 듯 다 날아가 버리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무거웠던 만큼, 아쉬웠던 만큼, 아팠던 만큼 그 기억들이 마음 깊게 자리 잡아 노래를 듣거나 시 한 편을 읽어도 그게 더 마음에 가득 채워지는 것일 테니 그 시간들에 감사하기도 하다.


한글을 배워 글을 읽게 되는 것처럼 나 또한 그 덕에 다양한 감정들을 배워 지금 이렇게 또 마음을 읽어나가고 있는 거겠지 하며 지난날의 나를 안아주기로 한다.


그때 알지 못했던 걸 이제라도 알았으니 이제부터라도 주어진 시간들을 따뜻하게 채워나가 볼 생각이다. 그게 지난 기억 속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 내가 지금의 나에게 주는 선물일 테니 말이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드럼연주


개밥바라기별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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