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론도 Sep 19. 2023

가끔은 입이 없는 사람이 되어주기

들어주기


가끔은 입보다는 누군가의 귀가 필요할 때가 있다.


어디에도 말 못 하고 끙끙거리던 이야기를 그저 들어줄 귀, 그런 사람과의 대화 말이다. 어떠한 답도, 어떠한 조언도 필요하지 않다. 머릿속에 이런저런 생각들이 뒤엉켜 천천히 풀어낼 수 있게 옆에서 그냥 묵묵히 들어줄 그런 사람이 필요한 거다.


전에는 누가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그 이야기들을 정리해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해줘야 된다는 생각이 강했었다. 그래서 더 집중해서 들으려 했고, 필요한 말을 해주고 싶어 고르다 보면 그만큼 내 머릿속도 바빴던 것 같다.


어쩌면 상대는 나에게 조언을 구하려는 게 아닐 수도 있는데 돕고 싶은 그 성급한 마음 하나가 내 스스로를 다그쳐 결론을 내리려 했던 거다. 어지러운 마음이 그렇게 쉽게 가라앉는 게 아닌 걸 알면서도 나는 늘 그렇게 내 마음을 재촉해 도움이 되는 말을 하려 했던 것 같다.


요즘엔 그랬던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생각해 보면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건 내 입보다 귀가 아니었을까.


가끔은 그저 들어주는 사람이 돼보려 한다. 모든 이에게는 걱정도, 고민도 있지만 그에 대한 해답도 다 그 안에 들어있으니 말이다.


가방 속에 무언가 정리되지 않은 물건들이 많으면 필요한 것을 찾을 때 다 쏟아내 볼 필요도 있지 않은가. 그저 내가 해줄 일은 다 쏟아내 찾고 싶었던 마음과 생각들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이 아닌가 싶다.


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필요했던 것처럼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를 빚어내는 부모의 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