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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론도 Sep 26. 2023

육아를 공부하다 알게 된 것들..

마음 공부


나의 예민함을 지금은 사랑하게 되었지만 그전까지는 들키면 안 되는 치부로 여겼었다.


내 삶을 피곤하게 만든 그 예민함이 주는 메시지가 뭘까 하는 고민을 하던 가운데 만난 책이 바로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였다.


나의 고민을 엿본 누군가의 마음 씀이 내 손에 이 책을 쥐여주었고, 나에게 그 마음이 고민을 따라갈 수 있게 해 준 동력이 되어 주었던 것 같다.


책을 읽다 작가님의 삶이 궁금해졌고, 그렇게 작가님의 특강을 찾아갔다가 머릿속에 떠도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독서모임까지 다녀오게 되었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나는 참 기질적으로 예민한 아이였다. 모든 감각이 예민해서 좋지 않은 냄새를 금방 알아차렸고, 음식도 맛에 예민한 편이었다. 피부에 뭐 하나라도 나면 그 꼴을 보지 못해 쥐어짜기 바빴고, 시끄러운 소음에도 쉽게 지치는 편이었다. 그리고 상대의 기분을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는 눈치도 빠른 아이였기에 나는 그 감정들을 건드리지 않으려 무던히도 애쓰던 아이였다. 그래서 어릴 적 감정소통을 할 누군가가 더 절실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 혼자 감당하기엔 너무 버거운 감정들이었기 때문이다.


쌓여가는 감정들을 함께 정리해 줄 어른이 나에겐 너무 필요했는데 이야기를 들어줄 어른이 안타깝게도 나에겐 없었다.


지금 와 생각해 보면 나의 부모님 또한 그런 경험을 해본 적 없었고,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지 않는 나와 다르지 않았던 어른일 뿐이었다.


자신의 마음을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은 다른 이의 마음에도 관심이 없다. 부모님이 나에게 필요한 어른이 되어주지 못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육아를 하며 나는 아이에게 내가 바란 어른이 되어주고 싶었다. 마음을 들어주고 있는 그대로를 수용해 주고 괜찮다 품어줄 수 있는 어른. 하지만 아이에게 그럴 수 있으려면 나 또한 나에게 먼저 그런 마음을 베풀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육아를 공부하기 위해 시작한 마음공부는 그렇게 나를 알아가는 공부로 바뀌게 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내 안의 내면아이를 만났고, 나는 누군가를 원망하는 마음이 아닌 내 안의 아이에게 먼저 내가 바란 어른이 되어줘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공부했던 육아는 그렇게 내 아이가 아닌 내 안의 내면 아이를 키우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육아는 별다른 방법이 따로 없었다. 모든 방법은 내가 나에게 그럴 수 있는 사람이어야 가능한 거였다. 아이를 대하는 것은 또 다른 나를 대하는 일이다. 내가 나를 대하듯 아이도 대하게 되는 거였다. 아이의 실수에 쉽게 버럭 하게 된다면 나에게도 그런 엄격한 기준의 잣대를 들이대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나의 작은 실수도 너그럽게 이해해 주지 못하는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인 것이다.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문제를 느낀다면 그 해답은 어쩌면 나와의 관계에서 시작된 문제일 수 있다.


그렇기에 껴안아 위로해 줄 사람도, 잘하고 있다 토닥여줄 사람도, 힘내라고 응원해 줄 사람도 내가 먼저가 되어야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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