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복자 선생님의 책들과 노랫말을 받아들고
요즘 아침마다 우편함 비우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뭐랄까요 기다림의 조각을 받아드는 느낌이랄까요. 기다린 건 아니지만 뭔가 그리운 것을 받아드는 그런 느낌입니다.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이메일과 손편지가 혼재하던 시간 속에서 청소년기를 보내서 그런지 종이로 된 우편물을 받아드는 그런 설렘이 아직 세포 속에 남아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첫사랑은 매일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잘 지내고 있는 걸 알고 있고 안부도 묻고 여전히 친하게 지내고 있으니 좀 우습기도 하고 재밌기도 합니다. 첫사랑은 좀 아련해야한다는 데 아련한 대신 자주 알현(謁見)하다 보니 모든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오늘은 우편함에서 이복자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우편물을 수령해서 올라왔습니다. 마치 겨울방학을 막 지나온 겨울곰 같은 저처럼 두툼한 서류 봉투를 페이퍼 나이프로 잘 열어보니 세상에 보물같은 동시집과 시집이 줄줄이 딸려 나옵니다.
속지 마다 덕담까지 남겨주셔서 감사하기만 합니다. 그러고 보니 아직 잘 받았다 연락을 못드렸네요.
이복자 선생님은 왠지 제겐 연예인같은 느낌입니다. 어릴 적부터 선생님의 노랫말 동요를 듣고 자라서 그런 거 같습니다. 늘 말씀드리지만 성덕인 저는 행복합니다.
재작년 솔바람 동요앨범 만들 때 노랫말을 익명으로 골랐을 때도 알고 보니 이복자 선생님의 노랫말이었는데요 이번 동시와 동요의 즐거운 만남 콘서트에서 제가 고른 노랫말 '꿀사과 마음'이 또 이복자 선생님 노랫말이었습니다. 이복자 선생님의 노랫말엔 어딘가 개구장이 같은 어릴 적 제가 숨어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래서 자꾸 끌리나 봅니다.
시간이 촉박해서 빠른 읽기로 쭉 한권을 읽어냈는데 이 시가 자꾸 저를 잡아 끌었습니다. 삶의 깊이가 느껴지는 시적 자아의 유쾌한 받아들임이 느껴졌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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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불까불
말 많고 욕심 부리다가도
죄에 귀 밝은 신의 꾸중이 두려워 이따금 회개하며
겁 없는 생명, 우주에 산다.
이복자 시집 '얼굴, 잘 모르겠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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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불까불하게 살고 있다고 엊그제부터 생각하고 있었는데 시 한편 읽어내곤 겁 없이 아무것도 모르고 사는 제가 이입되어 계속 읽으며 웃다가 눈물나다 합니다.
올해 '동시와 동요의 즐거운 만남' 콘서트를 통해서 좋은 분들과의 인연이 닿아 정말 감사하게 됩니다. 발표곡 '꿀사과 마음'을 예쁘게 불러준 박시현 친구와 지도해주신 이승주 선생님, 그리고 노래가 있을 수 있도록 예쁜 노랫말을 전해주신 이복자 선생님께 다시금 감사를 더합니다.
마침 오늘이 '꿀사과 마음' 디지털 싱글앨범 나오는 날이거든요. 모든 것이 공교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겁 없이 사는 생명에게 귀한 인연들과 우주가 주는 작은 선물이지 싶습니다.
2022년 2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