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리샘 Apr 05. 2022

꽃잎 편지 초대장 : 여러분도 봄에게 초대받았나요?

학교와 학교 주변, 그리고 출퇴근 길가엔 봄 초대장처럼 꽃들이 가득합니다.


3월이 가고 나면 한결 좀 여유로운 시간이 될 줄 알았는데 뭔가 시즌 없는 시간들을 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옛날이야기하면 '꼰대'라지만 교직에 오래 있다 보니 처음이던 시절의 기억이 새삼 스칩니다.

학교 화단에 있는 목련에 목련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초임 발령으로 갔던 섬마을 학교도 계절마다 학교 화단과 나무들에 꽃들이 만발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는 뭐랄까 나름 학교의 업무도 시즌이 있어서 업무가 좀 끝나면 좀 여유롭게 학교생활을 누릴 수 있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3월 새 학년 새 학기를 지나면 조금 여유로웠다가 4월 과학의 달 행사가 몰아치면 또 해내고 조금 여유로웠다가 5월에는 운동회며 여러 가지 커다란 학교 행사를 하고는 조금은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배움을 실천할 시간이 있었던 것 같은데 수업의 질 향상을 위한 '업무 경감'이 최우선인 최근에는 되려 정말 한치의 여유도 없이 매달 매일, 매 순간들을 업무와 함께 달리는 것 같습니다.

우리 학교 교화인 '동백'이 요즘 한가득입니다. 얼마나 멋지고 예쁜지 모릅니다.

와중에 우리 반 어린이들과 배움을 실천하는 일은 학교에서 하는 일 들 중 가장 중요한 일이기에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고 해내는 일입니다. 그것만큼은 아무리 바빠도 놓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우리 반 어린이들과 수업 시간 외에는 함께 노래할 시간이 어려울 만큼 아이들도 바쁘고 선생님도 바쁜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등교 수업을 할 수 있을 때 꼭 해야 하는 일정들이 있다 보니 이해는 하면서도 아쉬움이 가득한 건 사실입니다.


오늘은 점심 먹고 운동장을 돌아 올라와서 잠깐 새로 만든 동요를 우리 반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함께 불렀습니다. 새 노래라고 하니 신나서 얼른 와서 함께 듣고 불러주는 우리 반 친구들 덕에 바쁜 시간도 금세 잊고 또 부지런히 시간을 보냅니다.

네게도 이 꽃이 다 가기 전에 꽃처럼 갈게.

매일 몸과 마음에 평정심을 찾기 위한 노력을 더 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제는 조금 평안하고 평온해지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지나고 보면 꼭 그렇게 하지 않았어도 되는 일들을 그렇게 하고 그랬던 순간들이 많아서 고요하게 온전히 대면하는 시간을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일전에 취미로 시작했다고 소개해 드렸던 캘리그래피도 그런 맥락이었습니다. 이제는 제법 그럴싸한 도구도 많이 갖추고 나름 마치 서예가가 글씨를 쓰듯 평안한 나를 만들기 위한 좋은 시간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캘리그래피 시간에도 온통 꽃잔치였습니다.


봄은 여기저기 꽃잎 편지 초대장으로 우리를 부르는데 그것 하나 눈길 제대로 주지 못하고 지나치는 그 순간들이 많이 아쉽습니다. 더 늦기 전에 이 봄이 보낸 초대장을 기꺼이 받아들고 꽃놀이 한 걸음 해야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그저 평안하세요. 그것이 우울한 이 시대를 서핑하듯 잘 타고 넘는 방법이 아니까 합니다. 봄도 어느덧 차창 밖의 풍경이 되어 지나가려는 듯합니다.


2022년 4월 5일

작가의 이전글 멋진 지구인을 기다리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