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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샘 Apr 27. 2022

다시, 통영 : 변해가는 것들과 마주 앉아

4년만에 마주한 통영. 안녕, 통영항!

지난 주말에 울산에서 길게 계획했던 프로젝트의 마지막 단계인 영상 촬영이 있어서 2주전 사전 답사로 장소 답사를 하고 미리 스토리보드를 작성해서 지난주말에 촬영하고 돌아왔습니다. 이 소식은 좀 정리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장비가 좀 많아서 혼자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선생님 한분께 도움을 청해서 함께 동행했습니다. 가는 중에 통영에 볼일이 있다고 하셔서 잠깐 들러서 사진 몇장을 찍어왔습니다.

안녕, 마리샘!

통영.


거의 4년만이었습니다. 늦은 밤 날리던 꽃비를 맞으며 걷던 통영의 어느 길가를 마지막으로 가보지 못한 곳인데 이렇게 생각치도 않게 들르게 되었습니다. 함께한 선생님께서도 통영이 20여년만에 처음이라고 하셔서 아저씨 둘이서 동피랑에 가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찍으면서도 얼마나 웃기던지 한참 웃었습니다.

통영은 여전했지만 여전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주는 변화라는 선물을 곱게 맞이해 보면서도 또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들에 반가움과 아련함을 느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바래지는 것들이 있는 데 아마 벽화도 그런가 봅니다. 갈 때마다 벽화들은 새롭기만 합니다. 분명 이 벽엔 이 그림이 있었는데 이제 그 그림은 없고 또 새로운 그림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또 그런 그림에게 다시금 인사해봅니다.

야옹이도 안녕!

사람들의 발길은 더 늘어난 거 같고, 제주의 처음 월정리의 아련함을 여기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모르고 처음 찾았던 십수년전의 통영은 여전하지만 여전하지 않다는 그 느낌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사람들 없이 조용히 걷던 그 벽화 마을은 어느새 마치 요즘의 제주 월정리처럼 나만 누릴 수 있던 그 애틋한 느낌이 많이 덜해졌습니다.

그래도 그 안에서 낯설지만 곳곳에 숨은 반가운 것들을 끌어안고 새로운 벽화들과 함께 잘 마음에 담았습니다. 익숙한 것이 점점 마음 편한 그런 나이가 되었는지 변해가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 일 수 있는 마음의 깊이가 넓고 깊어지긴 했지만 아직 오롯이 담아내기에는 우리가 더 자라야 하나봅니다.

꿀빵도 안녕!

동피랑에서 내려와 꿀빵 한 조각을 맛보고는 이내 사랑하는 이들이 떠올라 몇 묶음 사들고 차에 실었습니다. 좋은 것, 맛 있는 것들을 보면 이제는 내 입보다 사랑하는 이들의 얼굴이 먼저 떠오르는 이 일상들이 참 감사합니다.


내 마음 같지 않아도, 내 욕심 같지 않아도 감사하고 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것 또한 내가 사랑해야할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해본 그런 다섯 번째 통영의 순간이었습니다.


2022년 4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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