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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샘 Jun 07. 2022

브랜드 이야기 : 우연히 만난 '귀리카페 오트릿'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일

강진읍. 삼세정에 입점하고 있는 귀리카페 '오트릿(Oatreat)'

조금은 먼길을 다녀오다 너무 졸린 나머지 카페인 충전이 필요해 근처 강진읍내로 차를 돌렸습니다. 읍내엔 그래도 프랜차이즈 카페라도 있겠거니해서요.


잘 모르는 길을 돌다보니 익숙한 커피 브랜드가 보여서 차를 돌려 주차하려고 한바퀴 돌아나오는데 소소한 카페 입간판 하나가 보입니다. 그래서 늘 스포츠도 좋아하는 팀이 있지만 약한 팀이랑 하면 약한 팀 응원하는 성격과 궁금하면 못 참는 것까지 더해져 그 어려운 좁디 좁은 골목길 주차를 하고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얼핏 보면 그냥 흔한 인스타 감성의 목조 건물 카페 같은데 또 다시 한번 얼핏 봤더니 조금 뭔가 다릅니다. 카페안의 모든 이미지와 픽토그램이 여기가 귀리(Oat)가 메인 테마라고 소리없는 아우성을 치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카페에 가면 늘 마셔보는 곡물크림이 얹힌 '아인슈패너'와 따뜻한 '곡물 아메리카노'를 주문합니다. 간식도 모두 귀리 베이스였습니다.

모두 귀리 베이스더라구요.

그러고 나서 삼세정이라는 공간에 함께 입주된 '달비상점'과 '벼리랑협동조합'까지 쭉 둘러봤습니다. 제주 종달리의 '소심한 책방'같은 느낌이지만 놓인 물건들은 다분히 '강진'의 이야기가 담긴 책들과 팬시류였습니다.


저희 카페가 입점해 있는 건물이 '삼세정'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건

이곳이 일제시대때 '삼세의원'이라는 병원 건물이라서 그렇게 되었다고 해요.

손님 중에 어르신들은 이 곳 병원에서 태어나신 분도 계시다고 해요.


카페 대표님께 가벼운 질문 몇가지를 해서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 창업으로 강진으로 내려오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른 손님이 안계셔서 제가 쓴 아트팝 몇 곡도 청해들었습니다. 분위기까지 도와주니 정말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브랜드(Brand)'라는 영어 단어가 주는 뉘앙스를 정말 좋아합니다. 브랜드는 결국 나만의 독창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여기 '귀리카페 오트릿(Oatret)'은 사실 브랜드 자체는 아닙니다. '오트릿'이라는 브랜드의 물건들을 사람들과 만나게 하기 위한 장소가 아닐가 합니다. 그러니까 내용이 아니라 형식인 셈이죠.


글을 쓰다, 또 영문으로 적어보다 생각해본 내용이지만 '오트릿(Oatreat)'이라는 브랜드 자체가 귀리를 뜻하는 오트(Oat)와 치료하다라는 뜻의 트리트(Treat)를 합쳐 만든게 아닌가 짐작됩니다. 귀리의 이미지가 결국은 '건강'과 직결된 이미지니까요.


쭉 둘러보면 전시된 다양한 제품들에서 하나로 흐르고 있는 '브랜드'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모든 제품은 OEM(주문자생산방식)으로 만들어 지고 있지만 개발 자체를 대표님께서 하고 계시기 때문에 결국 이 브랜드는 대표님의 브랜드인 셈입니다.


일전에 모 작곡가 선생님께서 작사가에게 노랫말을 받아서 작업하다보면 훨씬 좋은 결과물을 위한 수정을 하게 되는데 그렇게 했을 경우 공동 작사가 아닐까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이렇습니다.


노랫말이란 결국 컨셉이 가장 중요하고 노랫말 전체에 흐르는 스토리가 전부입니다.

그래서 그 중간에 아무리 예쁜 낱말과 서사가 추가 되어도 결국 그 노랫말은 작사가님의 창작물인거죠.

모자에 예쁜 장식을 달면 좀더 예쁜 모자가 되긴 하겠지만 모자라는 그 본질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이렇게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분들에게 일종의 존경심이 있습니다. 없는 판에 뭔가를 그려가는 일, 또 무언가 놓아가며 만들어내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늘 깨닫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닷가 고운 모래 위에 서서 발끝을 간지럽히며 내 발밑의 모래를 빼가는 그 파도도 바다 한가운데 어디선가 작은 바람으로부터 시작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늘 바닷가에서 서서 밀려오는 그 파도만 맞으며 살기엔 사는 날들이 좀 아깝습니다. 그래서 그 파도를 일으켜 보고 싶고 그 파도를 그 누군가의 발끝에 전달해 보고 싶은 그 마음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써가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일이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도 않고 미치도록 끊임없는 스스로와의 투쟁이라는 점도 지난 몇년간 귀납적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만난 귀리카페 오트릿(Oatreat)이 안겨준 이런 생각들을 정리하며 다시 가던 길을 재촉했습니다. 꾸준히 우리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다보면 결국 우리의 삶도 '브랜드'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여러분의 그리고 우리의, 또 저의 이야기가 '명품 브랜드'이기를 소망해봅니다.


2022년 6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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