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리샘 Mar 01. 2022

멋진 지구인을 기다리며

끝머리의 시작 : 다시 일 년을 준비하며


올해는 작년 연구 업무에 이어 교무 업무를 하게 되었고 또 1학년 친구들의 담임선생님이 되었습니다. 학기말 방학 단 하루를 마음 편히 있지 못하고 학교에서 보냈습니다. 우선은 학년 초 학교에 필요한 일들을 일단락 지은 오늘, 이제는 어제가 되어버린 시간이네요, 돌아보니 그렇게 또 해놓은 일이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예열하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왕왕 가르치고 배우는 일 이외의 학교의 업무를 '잡무'라고 부르시는 분들도 있는 듯하지만 저는 이 나라의 모든 교사들이 하고 있는 업무를 결코 잡무라고 부르고 싶지 않습니다. 교사이기도 하지만 가르치고 배우는 일을 하기 위한 일들이기에 어느 것 하나 잡스러운 것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문장 때문에 곤란한 일들 매번 겪긴 하지만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학생 없는 교사가 있을 수 없고, 준비 없는 일도 없는 거니까요.


그리고 여러 가지 이유로 원치 않는 업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세상사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거의 없음을 알아온 시간이기에 그것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한 꼼꼼하게 잘 해내는 것만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내 안에 쌓이는 불만은 결국 의욕 상실을 불러오고 시간은 지나도 결과는 남는 일이기에 그것이 감정이든 내 안에서 자란 불평이든 더 길게 자라지 못하게 평정심을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주간의 시간 동안 새 학년, 새 학기 준비를 위한 학교 전체의 일을 준비하느라 정작 우리 반 어린이들을 맞을 준비할 시간을 못 내고 있다가 엊그제부터 틈틈이 조금씩 우리 반 어린이들을 맞을 준비를 해오던 것들 마무리 지었습니다. 교무 업무는 학교의 계획을 세우는 일에다가 학급의 계획까지 더해져 매번 두 번의 일을 해나가게 되는데 교무 놓은지 수 년여만에 다시 맡게 되어 아직은 감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차차 해결해 주리라 생각해 봅니다.


마리샘 창작동요 '멋진 지구인 되는 방법' / 동요소녀TV 유튜브 https://youtu.be/Wh6JjGnShVo


우선은 교실 정리부터 했는데요, 버릴 건 버리고 정리할 건 정리하고 또 교실 싱크대도 박박 닦아서 아이들 상큼하게 사용할 수 있게 준비했습니다. 책상도 소독용 물티슈로 잘 닦아두었는데 어린이들은 잘 모르겠지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제가 알고 있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교실의 물건들은 최대한 쓸 수 있을 때까지 쓰고 버리자 주의라서 매년 새 학년이 된다고 해서 막 싹 다 정리해서 내버리고 하지 않습니다. 작년엔 조금 남은 색지도, 색종이도 잘 정리해서 쓰고 또 새로 들어온 학습 준비물이랑도 함께 씁니다.


새 학년, 새 학기에 다 새로 쓰면 좋겠지만 새것은 금세 낡은 것이 되어버리기에 낡은 것도 새것처럼 아껴서 잘 쓰는 연습도 필요하고 요즘 핫이슈로 떠오른 생태교육이나 탄소중립 교육과도 맥이 닿아 조금 더 당위성을 설명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올해는 두 명의 어린이들과 일 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두 명의 어린이들과 일 년 살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해마다 저는 경력이 일 년씩 늘어가는 교사가 되고 있고 어린이들은 저와 한 해씩 조금 더 멀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간격을 줄이려는 노력을 줄곧 애써서 하고 있지요. '요즘 아이들은 예전 아이들하고 달라'라고 말해버리는 일은 어쩌면 나와 멀어진 아이들과의 거리를 아이들 탓으로 돌리는 일이 아닐까 싶어서입니다. 좋아하지도 않는 요즘 유행하는 노래를 일부러 듣는 그런 노력도 있겠지만 요즘 아이들이 어떤 정서로 생활하고 있는지 또 요즘 부모님들은 어떤 가치와 정서로 아이들과 학교를 바라보고 있는지도 알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마리샘 창작동요 '자란다 잘한다' / 마리샘 유튜브 http://MarrieSam.tv


'어린이는 어린이다워야 한다'라는 생각을 갖지 않으려고 합니다. '다워야 한다'라는 건 다분히 바라보는 입장의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답게 동요를 듣고 불러야 한다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겁니다.


'이러이러 해야 어린이답다'가 아닌 '이러이러 해서 어린이답다'라는 생각으로 어린이를 존중하고 배려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린이는 못하는 존재가 아니라 미완인 서투른 존재일 따름입니다. 단지 서투를 뿐 기다려주고 함께 배우다 보면 익숙해집니다. 어느 별에선가 온 우리 외계인들이 멋진 지구인으로 거듭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걸 변화라고 부르는데 그 '변화'를 부르는 밑거름이 '응원하고 기다리는 마음'이지 싶습니다.


많이 기다려주고, 많이 들어주며, 많이 사랑해 주기

아이들이 학교에서 만나는 괜찮은 어른 되어주기


올해의 저에게 약속을 해봅니다. 올해도 많이 기다려주고 많이 들어주며 많이 사랑하는며 아이들이 학교에서 만나는 괜찮은 어른이 되어 주겠다고 말입니다. 학교 오는 발걸음이 가벼울 수 있도록 매일 조금 더 교실을 밀도 있는 배움의 공간으로 만들어 가고 싶은 바람을 가져봅니다. 올해 연말에 다시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 'Yes'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우리 이제 한밤 자고 내일 만나요!


2022년 3월 1일 새벽에.



작가의 이전글 봄노래하면 봄이 빨리 올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