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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샘 Jul 24. 2020

다시 제주 #3 : 이제야 꺼내는 여름 끝자락의 기억

랜선 여행 이야기 시리즈 '다시, 제주'

최근 몇년 제주에 푹 빠져있습니다. 일년이면 제주에 몇번을 다녀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외가가 제주이긴 하지만 외가로 다녀오던 꼬꼬마 시절의 느낌과는 다른 이제야 무르익은 제주의 모습을 제대로 즐기고 있습니다.


캥거루창작동요제로 다녀온 제주 이야기를 쓰다 그간 다녀온 제주 이야기를 다 정리해서 하나씩 올려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지난 일들이라 방문한 시기가 막 왔다 갔다 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 마음 편히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제주는 여러 가지 이유로 항공편을 이용합니다. 오고 가고 하는 것도 중요한 여행의 모습이지만 제주는 항공편으로 이동하는 게 좋습니다. 앞선 글에서 말했지만 시간을 허투루 보내는 게 마음 편하지가 않습니다. 이것도 고쳐야할 점이긴 한데요.


가지치는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이제 제주 이야기를 또 해볼까요?


비행기로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네시경입니다. 그래도 여름이라 해가 길어 렌터카를 찾아서 그대로 여행길에 나섰습니다.


공항에서 그리멀지 않은 '이호테우' 해변입니다. 지난주에 새벽 비행기를 타기 전날에 바로 이 근처에 숙소를 잡아 밤바다와 아침 바다를 실컷 즐겼습니다. 지명 부터가 굉장히 이국적인 곳입니다. 제주에는 이렇게 이국적인 지명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제주방언의 영향이겠지요?


이게 바로 이호테우 해변의 상징물 콧구멍 큰 빨강 망아지(?)입니다.


상상력만으로 힘들거 같아 사진을 대령합니다.


건장한 모습이 저를 연상케 합니다. 물론 짧은 다리는 특히. 콧구멍이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철마가 이호테우 해변의 가장 눈에 띄는 상징물이긴 하지만 그 주변의 풍경도 이에 지지 않습니다.


이호테우 해변을 둘러본 날은 해질 무렵이어서 분위기때문인지 낭만이 넘쳤습니다.

지난 겨울 이호테우 해변 풍경


이호테우 해변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이호테우'라는 어감이 주는 이국적 느낌과 처음 발걸음을 들여놓으면 보이는 빨강 망아지로부터 받는 풍경에 대한 감동의 어울림입니다. 이런 풍광을 사랑하는 사람하고 함께하면 더 낭만적이겠지요?


가득한 낭만을 잠시 마음에 담고 발걸음을 돌려 향한 곳은 제주 '곽지과물 해변'입니다. 움직이는 동선 위에 있어서 자연스럽게 들를 수 있습니다.


지난 겨울 찾았을 때처럼 '곽지과물'은 여전했습니다. 다만 계절이 여름인지라 여기 저기 물 속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연인들끼리 무슨 자석처럼 붙어 앉아 속닥이는 모습이 더 늘어났을 뿐이었습니다. 엄마 손을 잡고 해변을 거니는 여유로운 꼬마들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여유로운 해변 그 차체입니다. 사진은 없네요. 어쩜 사진을 한 장도 안찍어 왔네요. 무얼 상상하시던 그 이상의 해변과 풍경이 펼쳐집니다.


서서히 해가 넘어갑니다. 온통 붉게 물들어갑니다.


그리고 곽지과물을 떠나 다시 멈춰선 곳에서 같이 빨갛게 물어들었습니다. 월령포구로 가는 마을길입니다. 마을 끝 포구가 있는 바닷가에 다다르니 해가 거의 넘어가기 직전입니다.


월령포구에 서서 바라본 저녁 노을


포구에 서서 지는 해만 바라보고 서 있었습니다. 꽤 긴 시간이었을텐데 굉장히 짧게 느껴졌습니다.


노을동요제 곡을 낼 때 이런 감정선으로 노랫말과 곡을 썼다면 예쁜 곡이 한 곡 나오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렇담 내년엔 노을동요제 곡을 핑계로 늦여름에 한번 더 오기로 해야겠습니다. 핑계가 참 그럴듯해서 좋습니다.


이제 완연 아저씨가 되어가는 나이인데 여전히 마음은 열여섯 소년으로 살아가다보니 힘든 날들이 많지만 그 와중에도 시간이 소중하다는 걸 굉장히 체감하고 있습니다. 신규 교사 시절에 교감 선생님의 월급명세서에 적힌 액수를 보고 부러워했더니 교감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그럼 내 월급하고 자네 나이하고 바꿀란가?


그 말씀의 의미를 이제야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찾아온 제주인지 모르지만 제주에서의 시간들은 어디에서의 시간보다 저를 길러놓습니다. 조금더 넓어지라고, 조금더 깊어지라고, 그리고 무엇보다 사는 동안의 욕심은 부질 없음을 느끼게 합니다.


아주 오래전 후배가 해준 말이 있습니다.


No gain no pain


원래 문구는 'No Gain No Gain'입니다. 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라는 의미겠지요. 하지만 위의 문구는 '얻으려고 하지 않으면 고통도 없다'의 의미입니다. 가지려고 해서 고통스러운 것을 점점 알아가는 중입니다. 삶의 큰 조각을 얻기 위해서 놓는 중입니다. 조금씩. 제주가 그걸 많이 도와 주고 있는 중입니다.


무언가를 얻으려고 가는 게 아니라 거기서 부는 바람에 많은 것들을 내려놓고 옵니다. 지난 간 제주 여행글을 옮겨 적으며 다시금 설레는 마음을 어쩔 수가 없습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제주에 있는 지형인 '오름'에 대한 이야기를 좀 풀어보고자 합니다.


김영갑 작가의 사랑. 용눈이 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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