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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샘 Jul 24. 2020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이야기

사는 동안 모든 것들에서 '사랑'을 빼면 우리 삶에 뭐가 남을까?

제주 여행 이야기 사이로 글을 한편 더해 봅니다. 올해 1월의 이야기입니다.


병원에 한 달 머물렀던 지난해 6월 이후로는 줄곧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은 쉼의 시간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크네요. 남자가 나이가 들어가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여전한 꿈을 간직하는 것이고 건강을 지키는 일인 듯합니다. 가족이라는 구성원은 누구라도 서로에게 속한 사람들이니까요.

최근 이렇게 집에서 쉬면서 일상을 보내는 것 이외에 평소에 하지 않는 한 가지를 하고 있습니다. 바로 드라마를 보는 일입니다. 드라마를 볼 여유가 없다 보니 여러 가지 이유로 그런 이야기들에선 멀어지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제가 드라마를 보지 않더라도 다양한 곳을 통해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렇게 전해 들은 이야기 중에 지난해 가장 많이 들었던 드라마의 제목이 '동백이'였습니다. 그런데 이제야 알고 보니 드라마 제목은 '동백꽃 필 무렵'이었습니다. 주인공 이름이 '동백이'였습니다. 드라마 이름치곤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드라마 제목이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그리고 요 며칠 며칠 밤을 뜬 눈으로 지새우며 앉아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배경인 가상의 지명 '옹성군'과 그 게장 마을이 포항의 구룡포 일본인 마을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드라마를 보기 전에 그곳에 다녀왔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곳에 이렇게 드라마 촬영지라고 적어두었지만 보지 않은 드라마이기에 렇게 와 닿지 않았지만 라마를 배경지식으로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충분히 예쁘고 인상적인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살뜰하게 조목조목 돌아보고 돌계단도 중력과의 처절한 사투 끝에 올라 구석구석 구경했습니다. 그리고 돌아 나오며 돌아가면 드라마를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잠시 잊고 있다 이번에 다시 보기를 통해서 드라마 전편을 거의 나흘에 가까운 시간 동안 다 시청했습니다. 장면 장면 이미 다녀온 곳이기에 새록새록한 느낌과 더불어 친근한 느낌까지 받았습니다. 그래서 사람에게 도식이란 이렇게 중요한 것인가 봅니다. 그 도식이 또 새로운 지식과 더해져 깊이를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회 크레디트를 보며 뭐랄까 가슴이 뜨거워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모든 감정은 개개인의 배경지식들과 얽혀 표출되는 것이기에 개인적인 많은 감정들이 가슴속을 채웠습니다.


사는 동안 모든 것들에서 '사랑' 빼면 우리 삶에 뭐가 남을까?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그럭저럭 봤던 영화 '궁합' 엔딩 즈음에 여주인공이 왕에게 고하는 한 마디 말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그 사랑으로 마치 데미안의 그것처럼 서서히 밖으로 나가려는 '동백이'를 응원하고 묵묵히 지켜봐 주며 행동하고 표현해주는 '용식이'의 사랑 앞에 감동하게 되고 그를 통해 밖으로 걸어 나오는 '동백이'를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드라마 안에서 줄기차게 이야기하는 것은 모정이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불만인 부분이 좀 많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것이므로 담아두기로 합니다. 두 사람의 로맨스에만 집중합니다.

그것이 나 스스로이든 나를 사랑하는 누군가이든 내게도 그런 사람이 있으면 하는 마음과 같은 무게로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길 무던히 애써보는 삶의 자락을 걸어야 할까 봅니다. 곤한 삶의 충분한 진통제가 되어 주는 드라마였습니다.


언제부턴가 침대 옆 벽에 액자로 걸어두고 매일 바라보며 해바라기만큼 사랑하게 된 동백꽃.


기다란 추억을 뿌려두고 온 제주 카밀리아 힐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그곳에 수많은 가랜드들이 많은 이들의 비밀을 간직한 채 팔랑거리고 있습니다. 눈이 펑펑 내리던 날, 하얗게 내려앉은 눈을 꼭 보듬고 있던 동백꽃들이 눈에 선합니다.

제주 카밀리아힐. 눈오는 날 카밀리아힐에 오는 건 천운.

제주 카밀리아 힐에서 당신에게 안겨준 오르골 한 가락도 떠올려 봅니다. 쓰레기통으로 가버릴 뻔한 긴박한 순간을 딛고 당신 곁을 지키고 있는 그 멜로디 가락을 타고 내가 늘 당신 곁에 머무릅니다. 그 어느 순간에도 당신이 상상도 못 할 만큼 깊고 잔잔한 사랑으로 매일 흐르고 있지요.


해바라기만 사랑하던 어린 시간을 지나, 이제 동백꽃까지 품을 수 있는 중년을 건너는 중인 우리 모두는 여전히 따뜻한 사랑의 온도를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어는 순간에도 누구에게도 익숙해지지 마세요. 편해지지 마세요. 늘 꾸준히 애쓰시고 익숙해지지 마시기 바랍니다. 당연한 것은 없고 영원한 것 또한 없습니다. 그러니 사는 동안 최선을 다해보는 겁니다.


죽을힘을 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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