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남원, 광한루원(廣寒樓苑) 그리고 춘향전

신나는 여름 여행 #4

by 마리샘
DSC_0808.JPG?type=w1 비가 왔던 그날의 모든 분위기가 잘 담겨 있습니다.

정해진 목적지가 없던 여름 여행 이야기를 이어 기록해 보려고 합니다.


해인사를 거쳐 숙소 덕에 들르게 된 남원입니다. 남원은 반백이 되어가는 이 시점에서도 처음 와보는 곳이었습니다. 국내에도 이렇게 못 가본 곳이 많다니 참 신납니다. 배우고 또 배워도 새로 배워야 할 것 천지고 아무리 많이 돌아다녀도 처음 가보게 되는 곳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남원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춘향전'과 같은 의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역 비하나 그런 부분은 절대 아닙니다. 와보지 않은 이들에게 지명이란 특정한 이미지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래서 잠깐 머무르게 된 남원에서 딱 한곳을 들러보기로 했는데 그곳이 바로 '광한루원(廣寒樓苑)'입니다.


거의 해 질 녘에 도착해서 주어진 시간은 한 시간 반 남짓이었어서 편한 마음으로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입장권을 구입했는데 입장권의 액면가를 지역사랑 상품권으로 다시 돌려주셔서 놀랐습니다. 결국 무료라는 이야기니까요. 그리고 그 상품권을 지역의 식당에서 잘 활용하였습니다. 그 상품권은 결국 지역을 살리는 마중물인 셈입니다.


지방의 인구 소멸과 더불어 경제 활성화도 정말 중요한 문제라 새삼 많은 사람들의 아이디어와 힘을 모으는 지자체들의 노력이 정말 대단합니다.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이지만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개개인들이 꼭 관심을 가지고 동참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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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하기 전까지만 해도 광한루(廣寒樓)만 덩그러니 있는 줄 알았는데 천천히 걸으며 초록과 풍광을 즐길 수 있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비 오는 오후라 색이 더 진하지만 맑은 날 방문했더라면 다른 일정 정리하고 여기 내내 머물렀을 것 같은 그런 풍경이었습니다.

DSC_0802.JPG?type=w1 커다란 입을 쩍쩍 벌리고 간식을 요청하는 통통한 잉어들이 좀 무서웠습니다. 간식 안 주면 쫓아 올라올 것 같은 기세더라구요.

천천히 걸어 둘러보고 광한루원 안에 자리 잡은 춘향관에 들러 춘향전과 관련된 많은 전시물들을 살폈습니다. 그런데 정말 놀라웠던 점은 요즘 아이들은, 심지어 중고등학생인 아이들이 춘향전에 대해서 들어는 봤지만 내용이나 그 가치에 대해선 전혀 모른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뒷짐지고 산책처럼 걷던 그 길이 갑자기 고전 문학 시간이 되었습니다. 차분히 앉아 마치 조선시대의 이야기꾼 전기수처럼 두 딸들과 더불어 춘향전에 대한 이야기들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설명해 주고 전체적인 줄거리를 디지털 화첩을 돌며 들려주었습니다. 수백 년 동안 이어진 그 이야기엔 여전히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으니까요.

춘향전을 판소리 춘향가의 '사랑가'로만 알아도 좋고, 저처럼 남원은 춘향전으로 기억해도 괜찮습니다. 다만 관심을 기울이는 일은 필요합니다. 무언가를 알아간다는 건 무언가를 다양한 측면으로 더 사랑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니까요.


어제 TV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보게 된 드라마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 (The Moon Flows In The River)'에 춘향전에 대해 언급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늦추었던 이 글까지 한 번에 써 내려갈 수 있는 힘이 생겼습니다.


열녀문을 받으려고 어리디 어린 홀로된 며느리를 희생양 삼으려는 자들로부터 어린 며느리를 구하려던 주인공에게 양반의 법도를 들이대며 춘향이의 경우를 물으니 주인공이 대답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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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38e753b2-eac5-45ba-b726-13600012f47e.png?type=w1 출처 - MBC 드라마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 (The Moon Flows In The River)' 중에서

춘향이가 지키려던 건 정절이 아니라 존엄입니다.

정절은 그저 도구일 뿐이지요, 자신의 가치를 지킬 도구.

기녀가 아닌 걸 알면서도

제 욕심에 기녀라 우기던 변사또에게 제 자신을 지킬 도구요.

가혹한 세상에 맞설 갑옷 같은 거.


MBC 드라마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 (The Moon Flows In The River)' 대사 중에서


춘향전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느라 사진을 별로 못 찍었습니다. 사진은 눈으로 남았겠지만 이날 자녀들과 나눈 이야기는 아마도 긴 시간 동안 그들의 삶 속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이야기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가져봅니다.


<2025년 11월 10일>


*이 글은 네이버블로그 마리샘에 동시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marriesam/224070803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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