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부쿠마 Dec 26. 2023

8. 돈의 힘

없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

나는 지금까지도 결코 부유하지 않다.

오히려 아직 가난하다. 스스로 책임지지 못한 빚은 사람을 점점 피폐하게 만든다. 비록 채무의 절반가량을 어느 정도 소화하기는 하였으나 아직 갚아야 할 빚이 남아있다. 그렇기에 이번 주제는 '돈의 힘'에 대해 스스로의 생각을 적어볼 생각이다.


처음 빚을 지고 빚을 갚아나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을 하였지만 기본소득이 없는 영업을 하고 있었기에 결국 생활고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 생기기 시작했다. 우선 무소득으로 1년이란 시간 동안 이전에 언급한 고집과 더불어 한탕주의를 떨치지 못하여 이중생활고에 시달리기 시작하였는데 소득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 스스로를 비웃듯 인지하지 못한 빚의 무게는 사람을 점점 소리 없이 나락으로 인도하였다. 지금에 와서야 인지하지 못한 것이 아닌 무의식 중에 애써 외면하였다고 인정하게 되었으나 그때는 내 발밑에서부터 서서히 차오르는 부정을 바라볼 생각도 안 했다.


결국 우리가 돈이 없어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적당한 소득에 안정적인 거처가 있으며 크게 욕심내지 않을 수 있는 상황에 있을 때 행복을 논할 수 있다고 본다. 우선 돈이 단 한 푼도 없었던 그 시절의 나로서는 결코 행복을 말할 수 없었다. 돈보다 중요한 게 있지만 돈이 없으면 그 중요한 걸 지킬 수 없다. 대한민국에서 건강보험은 가장 잘 만들어진 의료복지라 볼 수 있는데 그 혜택을 전혀 볼 수 없으며 감기진료를 보는 것만으로도 혜택을 볼 때의 대략 10배의 금액을 지불하게 된다. 그리고 일정나이에 받아 볼 수 있는 건강검진도 받아보기 힘들다. 그렇게 내 건강은 상당히 좋지 않았다.


치과마저 대략 7년간 단 한 번도 가질 않았었기에 이미 모든 치아는 충치투성이에 신경치료가 필수인 상황이었고 그로 인하여 치료비가 수백에 달하는 금액을 지불하게 되었다.


만약 내가 그때 그런 고집을 부리지 않고 남들과 같이 동일한 조건에서 노력하며 살았다면 전혀 느끼지 못했을 상황들도 마주할 수 있다. 채무의 연체로 인한 신용불량자로 등록이 된다는 건 짧은 시간 내에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그리고 신용불량자로 등록이 된 그때 온갖 금융혜택 또한 막히게 되는데 과거 우리의 아버님 세대에서는 급여 압류를 예로 들 수 있다. 최소 생계비만을 남겨놓고 모든 수입을 채무를 갚아나가는 데 사용하게 되는데 요즘은 그렇게까지 하기보다는 통장압류를 걸어 모든 재산을 사용금지하는 방향으로 진행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일정 채무를 변제하기 전까지는 무려 9등급이라는 상위 99%, 결론은 하위 1%에 해당하는 신용등급에 해당하기도 하였다. 게다가 이 모든 건 법원에서 이루어진다.


그런 상황 속에서 결국 한탕주의를 벗어날 수 없었으며 어떻게든 모든 걸 0으로 만들어 놓고 다시 시작하기 위해 홀로 허우적거릴 뿐 나아지는 상황을 맞이할 수 없었다. 이때 나의 아버지께서는 언제까지 그렇게 살 것이며 당장 매달 들어올 돈이 생기는 일을 하기를 간절히 원하셨으나 이미 마음까지 가난해져 버려 한방만을 원하던 나에게는 모든 말이 간섭이고 나를 부정하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만약 그때의 내가 지금처럼 매달 들어오는 소득을 가지고 일부는 채무변제에 쓰면서 꾸준히 생활을 이어나갔더라면 하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이미 지난 일이고 충분히 경험으로 쌓였기에 이후 같은 실수만은 반복하지 않을 뿐이다.


가난하기에 비만도 얻게 되었으니 오히려 가난하니 언제 또 먹을지 모른다 생각하여 돈이 생기는 족족 먹기 위해 돈을 쓰게 되었다. 이 또한 가난의 악순환이다. 오히려 심적으로 여유를 얻은 지금은 운동도 하고 되려 식단조절을 하면서 건강을 되찾았다. 좋은 음식과 식재료는 비싸다.


가난의 연쇄는 이전에 다룬 거처마저 계속 옮길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넣었고 보증금이 마련되어 거처를 겨우 잡으면 보증금을 모두 잃고 나가기를 반복하는 삶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결국 노숙을 하기에 이른다.

이전 08화 7. 다른 생각을 인정하는것도 용기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