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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부쿠마 Dec 27. 2023

9. 한겨울의 노숙생활

6개월간의 길거리 캠핑

난 노숙을 한 적이 있다.

기간은 약 6개월 정도였는데 9월 중순부터 시작하여 해를 지나 3월이 오기 전까지였으니 상당히 추운 기간을 그리 지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폐건물의 구석에서 찬바람은 막으며 지낼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이곳은 원래 잠시 살던 건물이었으나 주변을 크게 묶어서 재개발을 하겠다며 철거계획이 세워져 나가게 되었다가 후에 갈 곳을 잃던 차에 그 당시 사람이 살지 않고 철거도 진행이 되지 않던 시기를 틈타서 잠시 몸을 위탁할 수 있었는데 그때 만약 이곳을 다시 찾지 못했다면 길 한복판에서 한겨울을 맞이했을 것이다.


철거계획이 세워지고 다시 새 건물로 짓기 위해 모든 입주민이 퇴거한 곳이기에 따로 누군가 관리를 하지 않았고 잠시 몸을 맡긴 그 6개월 사이에 누구도 찾지 않던 장소라 대략 8평 남짓한 장소에서 그 추운 겨울을 버텨냈으리라.


이 전까지 그래도 심심찮게 어떻게든 끌고 다니던 짐들을 전부 정리하고 박스 3개 분량의 짐만을 가지고 이동하게 되었더랬다. 그리고 이때 처음으로 통풍이 찾아왔고 비만이 더욱 극대화되었으며 병원을 가보지는 못하였으나 몸에 큰 문제도 생겼었다.


가장 큰 신체적 문제는 단연코 통풍이 시작되었다는 건데 이때도 그 통증이 무언지 알 길이 없었고 병원비로 쓸 돈마저 없었기에 진단을 받지는 않았으나 여러 정보를 종합해 본 결과 통풍이 맞음을 알게 되었다.


솔직한 마음으로 아니길 간절히 바랐었으나 어찌하랴 유전적으로 아버지께서도 같은 고통을 앓고 계신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다음 나를 괴롭힌 건 아직도 그에 따른 정확한 병명은 모르나 간헐적으로 왼쪽눈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눈 안쪽으로 돌아가는 현상이 있었다. 오른쪽눈은 정상적으로 정면을 바라볼 수 있으나 왼쪽눈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오른쪽을 계속 바라보며 정면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고 그럴 때마다 왼쪽눈이 아프기도 했었다. 물론 지금은 전혀 그러지 않지만 몸에서 그때의 상황이 아주 나에게 좋지 않았음을 알리고 있었으리라.


몸의 질병도 나를 괴롭혔지만 미리 서술하였듯 그 장소에서는 전기를 사용할 수 없는 환경이었으니 밤마다 늘 명상에 가까운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때 늘 배워왔던 의식주의 필요성을 깊이 통감했으며 지금도 오롯이 내 집마련 하나를 최우선 과제로 놓고 살아가고 있다.


다시 한번 얘기할 수 있으나 바깥의 찬 바람을 막아줄 벽이 있다는 건 정말 좋은 거라 생각한다. 그 덕분에 영하로 매섭게 추웠던 한파를 버텨낼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 공간 안에서 텐트를 하나 펼쳐놓고 그 안에 길가에 누군가 버려놓은 이불과 스티로폼을 주워와 깔아놓고 값싸게 장만한 침낭 덕분에 겨우겨우 잠도 잘 수 있었으니 지금까지도 살아서 숨 쉬며 이렇게 글을 적을 수 있지 아니한가.


너무 추워져 난방이 간절했을 때는 군대에서 겪은 혹한기를 생각하며 인터넷 쇼핑으로 굉장히 싸게 구입한 핫팩을 쌓아두고 매일 밤마다 그 온기로 버텨내기도 했었다. 그리고 위 사진은 그때 전등대신 쓰기 위해 다이소에서 값싸게 구매한 손전등을 노끈을 이용하여 텐트 안을 처음 비춰보고 찍은 사진이다.


이때 난 매일 점심 식대로 받던 만원으로 식사를 해결하기보다는 그 돈을 안 쓰고 모아서 이렇게 겨울을 보냈는데 그래도 사람이 씻어야 하니 이틀 내지 사흘에 한번꼴로 새벽 일찍 목욕 요금이 3천 원이었던 사우나에서 목욕탕만 이용했었더랬다. 그러다 3천원에서 5천원으로 요금이 올랐을 때는 그 마저도 부담이 되어 사흘에 한 번으로 고정적이게 이용을 했었는데 매일 씻을 수 없는 상황이라 출근을 시작하기 전 2시간 동안 정말 정성을 다해서 씻었으며 그중 1시간은 탕에 몸을 뉘어 추위에 떨었던 몸을 풀어주며 시간을 보냈었다.


만약 계속 돈이 안 벌리던 지난날과 같은 상황의 연속이었다면 저 상황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어찌 보면 지금의 내 수입원이 되어주는 직업을 갖게 된 데에 이때 선택한 업무방향이 큰 도움이 되었는데 기본적으로 들어올 돈이 만들 수 있었기에 다행히 6개월 만에 다시 고시원에라도 들어갈 수 있었으리라.


물론 이 모든 도움을 준건 J형의 도움이 매우 크다. 살면서 선택의 순간이 계속 있었지만 늘 그 선택에 있어 최악을 향했으나 J형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나 또한 모든 걸 포기한 채 길거리 어딘가를 배회하며 살고 있지는 않았을까 생각도 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고 나를 도와준 모든 사람들에게 언젠가는 보답을 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에 이르러서는 더욱 열심히 살아보자는 생각으로 매 순간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바로 직전 서술한 하루 점심 식대 만원을 보전할 수 있던 것과 내 수입원을 만들어준 사람 역시 J형이었는데 늘 점심식사와 간혹 저녁식사를 제공해 주고 그 만원을 모으건 필요한데 사용하건 나를 위해 쓸 수 있게 해 주면서 매달 수입이 나오게끔 하여 최소한의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해 준 것도 모자라 노숙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게 베풀어준 호의에 대한 감사를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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