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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부쿠마 Jan 19. 2024

23. 새로운 시작

완벽한 준비는 없다

모든 일은 시작이 가장 어렵다.

사랑 또한 그렇다.

나는 사랑을 하지 않았다. 모든 걸 갖추고 그런 뒤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게 있었다.

부족함 없이 연애를 하다가 결혼을 하고 육아까지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자 하였다.

하지만 파란만장한 내 삶에 그런 경제력은 손에 잡히지 않았고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포기하고 살았다.


그러다 지금의 그녀를 만나고 결혼을 약속한 후 예식장을 계약하며 늘 주변에서 얘기해 주던 게 생각이 났다.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함께 하는 게 중요한 거야"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하지 말고 일단 시작해 봐"


지금에 와 생각해 보면 옳은 이야기였지만 그 당시 상당히 꼬여있던 내게는 그런 이야기들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 모든 생각의 변화는 지금의 그녀를 만났기에 가능했다. 정말 소중한 사람이다.

아직 한참 부족한 내게 먼저 손을 내밀어 주었으며 갖춰놓고 결혼을 하고 싶어 했던 내 손을 잡아끌고 예식장을 계약한 그녀를 바라보면 완벽하게 갖추고 하려 했던 지난날의 내가 무색할 정도였다.


그녀를 만나고 처음인 일들이 정말 많았다. 그중에서도 해외여행은 정말 여유가 생기면서 언어가 가능할 때 가고자 하던 것이었고 그렇게 생각조차 안 하고 있던 것이었다.

처음에는 조금 부담스러웠다. 함께 해외여행을 가자고 하였을 때 '과연 내가 그 정도 여유가 있을까?'싶었지만 그녀의 추진력은 내 상상을 뛰어넘었고 무려 6개월 전에 여행일정을 정하면서 항공권 예매, 숙소 예약까지 척척 진행하는 수완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대학생 때의 졸업여행 같은 패키지가 아닌 제대로 된 해외여행을 처음으로 떠날 수 있었다. 모든 게 새로웠다. 한국을 떠나 타국에서의 여행은 내 시야가 얼마나 좁고 별거 아닌 것이었는지 깨닫게 해 주었다.

많은 것을 배우며 지금까지 살아왔지만 생각이 전환되는 것을 느꼈다.


왜 국내 대기업의 재벌들이 어린 나이에 해외여행과 유학을 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시작하지 않았다면 평생을 몰랐을 것들이었다. 완벽하게 갖추고 하기란 쉽지 않으니 우선 시작하고 경험해 보는 게 더 좋으리라.


막상 해보고 실패하면 경험이 생기지만 안 해보면 그 경험마저도 안 생기니 훗날 나를 구성하는 재료가 달라질 것을 생각하고 매일을 새롭게 시작하고자 한다.


최근 다시 구직의 세계로 발을 디뎌버리고 말았다. 쉽지는 않겠지만 뭐든 해볼 생각이다.

시작하는 법을 알려준 그녀를 생각하며


아직 나는 파란만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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