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필요해

토요일은 아빠와 함께

by 미토


‘아빠가 필요해’1)는 2005년에 제작된 장형윤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입니다. 늑대가 갑자기 사람의 아이를 키우며 벌어지게 되는 사건들을 애니메이션 특유의 상상력과 따뜻한 감수성으로 녹여낸 수작입니다. 늑대아빠는 인간인 딸을 양육하기 위해 평생 처음 채소를 먹기도 하고 아이의 이해하기 어려운 질문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 답을 합니다. 결국엔 딸의 육아를 위해 원래 꿈이었던 소설가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유치원 운전기사가 됩니다.

애니메이션 ‘아빠가 필요해’ 중 한 장면

발달장애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늑대아빠처럼 손이 많이 갑니다. 그래서 부부 중의 한 명은 아이를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만 하고 보통 엄마가 그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빠들은 보통 ‘나는 돈을 많이 벌어올 테니까 당신은 아이를 잘 키워줘’라는 말을 하고 직장을 유지합니다. 하지만 발달장애 아이를 양육해 본 사람들은 그것이 얼마나 큰 불균형인지를 곧 깨닫게 됩니다.


이것은 일반 아이를 돌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정서적인 압박과 시간의 투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보내고 나서도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길까 늘 긴장을 해야 하며 혹시라도 아이로 인해 호출이 오면 재빨리 현장으로 달려가야 하고 머리를 조아려야 합니다. 방과 후에도 수많은 치료실을 데리고 다녀야 하며 수시로 엉뚱한 요구를 하는 아이의 비위도 맞춰줘야 합니다. 노예가 따로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발달장애 아이를 양육하는 수많은 엄마들이 자아가 사라지고 있다고 느끼면서 우울증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런데 우울증의 가장 큰 원인은 아이 때문만은 아닙니다. 나에 대해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그 희생이나 역할을 이해하지 못할 때 오는 분노감이나 배신감이 더 큰 원인이 됩니다. 이 중에서 가장 큰 상처를 주는 사람은 남편입니다. (물론 시부모나 친정부모도 만만치 않습니다.)


발달장애아이를 돌보는 것은 고도의 집중과 테크닉이 필요합니다. 그러다 보니 부모 중 한 명이 그 역할을 계속하다 보면 양육의 기술에 대한 차이가 점점 커지게 되고 결국엔 엄마 혼자 독박육아를 하게 됩니다. 그럴수록 아빠는 아이를 돌보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본인은 돈을 열심히 벌어오는 것에 충실하겠다는 말로 역할 분담을 하게 됩니다. 이런 잘못된 결정은 부부사이를 나쁘게 만들고 아빠를 아이와 점점 멀어지게 만듭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게 되면 특히 발달장애아이가 남자아이일 경우에는 엄마들은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됩니다. 일반 사춘기 남자아이들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발달장애를 가진 사춘기 아이들은 예상을 초월하는 사건들을 일으킵니다. 성적인 변화에 대해서도 설명하기 어렵고 키가 커지고 힘이 세지기 때문에 더 이상 돌발행동에 대해 몸으로 막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뒤늦게 아빠가 투입되어서 도와주려고 하지만 아이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데다 라포도 형성이 잘되지 않아서 갑자기 나타난 아빠의 간섭에 대해 아이는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게 됩니다.


위와 같은 불행한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아빠도 아이의 양육을 분담해야 합니다. 그러나 평일에 돈을 버느라 시간과 힘을 쓰고 퇴근한 아빠가 아이를 잘 돌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서 발달장애아이를 가진 가정의 경우 토요일 하루는 아빠가 아이를 위해 하루를 통째로 비워두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에 토요일에 치료실이나 특수체육 스케줄이 있다면 더 좋습니다.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아빠가 아이의 치료일정을 같이 소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치료사로부터 상담을 진행하고 피드백을 받으면서 지금 현재 아이의 상태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이해를 높일 수 있고 이에 대해 아내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그 후에 반나절이라도 아이와 함께 산책을 하거나 공원에서 같이 놀아주면 조금이나마 아이와 벌어진 틈을 메울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하루라도 엄마가 자유롭게 혼자만의 시간을 누릴 수가 있습니다.


통합교육상황에서 남들과 조금 다른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 갈 일이 자주 생깁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는 개별화교육회의(IEP)입니다. 보통 학기 초에 열리는데 발달장애아이들이 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잘 생활하기 위해 어떤 지원을 해주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회의입니다. 이런 회의에 엄마 혼자 가는 것보다 아빠가 같이 가면 정말 큰 힘이 됩니다. 아이에 대해 부모가 같이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학교에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고 혼자 일 때보다 둘이 있으면 회의석상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다양하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리 엄마가 아빠에게 IEP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학교에게 요구할 사항들을 같이 정리하면 효과적입니다.


애니메이션 ‘아빠가 필요해’를 처음 접했을 때는 아직 아이가 생기기 전이라 단순하게 재미있고 즐겁게 봤습니다. 그러나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지금 작품을 다시 보니 ‘내가 늑대아빠가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1) 아빠가 필요해 : 감독 : 장형윤/ 제작사 : 스튜디오 지금이 아니면 안 돼 / 2005 인디애니페스트 관객상 수상, 2006 도쿄 국제 아니메페어 우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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