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이성으로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자
개별화 교육지원팀회의 통보를 받으면 마음에 부담이 생깁니다. 왠지 내가 무엇인가 많이 준비해야 할 것 같고 교사에게도 이런저런 요구를 해야 제대로 된 회의를 진행하고 아이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뭉개 피어납니다. 모든 것이 스트레스입니다. 학교에서 교사에게 교육적 지원을 위해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것은 항상 마음의 용기와 결의가 필요한 일입니다. 자칫하면 교권침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만있다가 아무런 지원이나 교육을 받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도 생깁니다.
개별화 교육지원팀회의는 크게 두 가지의 가장 큰 변수를 갖고 있습니다. 첫째는 특수교사의 의지입니다. 모든 페이퍼와 회의의 준비를 교무부장의 승인 하에 특수교사가 진행하기 때문에 결국에는 한 학기 특수교육의 내용은 특수교사에 의해 결정됩니다. 둘째는 교장의 특수학급을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그것은 교장의 회의 참석여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불행히도 이런 진행과정에 있어서 학부모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없습니다. 어쩌면 현 상황에서의 개별화 교육지원팀회의에서 학부모의 역할은 이미 세팅된 결정에 들어가 있는 참관인 내지는 행정적 절차에 있어서 학부모 확인이 필요해서 참석을 시킨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교장은 물론이고 교무부장이 참석을 하지 않은 적도 있고 심지어 담임교사가 다른 면담일정과 스케줄이 겹친다는 이유로 상황을 보고 참석하겠다는 통보를 듣기도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수교사와 교장의 조합에 따라 참으로 다양한 회의가 진행되고 개개인이 겪는 경험의 차이가 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특수학급에 속한 아이들에게는 교육청에서 공지하는 원칙으로는 해당 학생에 맞는 학습능력검사와 그에 따르는 개별적인 학습지원이 붙어야 하기 때문에 이것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개별화교육지원팀 회의입니다. 그러나 학기 초에 교육부에서 공개적으로 권고하는 개인별 학습능력검사를 받은 아이를 저는 본 적이 없고 아이의 특성에 맞게 과목별 맞춤 학습지원계획과 교안이 작성되는 것을 본 적도 거의 없습니다. (훌륭한 특수교사의 경우 수업진행과 더불어 아이에 대한 파악을 하여서 그것에 맞게 학습 지도안을 능동적으로 만들어서 학급에 보내는 것을 경험한 적은 있습니다.)
그렇다고 개별화 교육지원팀회의에서 회의에 참석한 교사들에게 부모가 아이에 관한 자세한 설명이 고려된 맞춤 별 교육지도를 요구하는 것도 무리가 있습니다. 때에 따라서 거대한 페이퍼를 준비해서 특수교사와 담임교사에게 전달하는 열성적이고 훌륭한 부모님들도 계시지만 이것이 과연 아이를 위해 효과적인 지원인가에 대해서 저는 조금 물음표를 갖고 있습니다. 특수교사와 학교장의 입장이 결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학부모가 특수교육에 대한 요구를 하는 것이 당장은 무엇인가 이뤄냈다는 성취감을 줄 수도 있지만 그것이 그대로 수업에 반영되기보다는 아이나 학부모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줄 가능성도 크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개별화교육팀 지원회의에서 학부모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게 될 것입니다. 저는 우선적으로 지금까지의 경험을 반추하면서 대한민국 학교에서 특수학급 학생으로 아이가 받은 교육적 지원과 환경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했으면 합니다. 아울러 학교라는 공간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 대해 근본적인 질문과 생각을 가졌으면 합니다. 학교라는 공간은 꼭 공부를 하고 수업을 듣는 것으로 가득 차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학원의 모습이죠. 발달장애 아이들도 많은 친구를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수업시간은 일반 아이들도 가만 앉아서 교과를 배우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그래서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혹은 예체능 같이 부담이 조금 적은 시간에 스트레스를 풀면서 학교생활을 버티고 있습니다. 하물며 특수학급에 속한 아이들이 받는 마음의 무게는 더욱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특수학급에 속해 있는 아이들은 수업이나 쉬는 시간에 이런 관계성을 맺는 것에 대해 매우 서투르고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에서 결정적인 사건 사고는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주로 발생합니다.
어느 정도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한 경험이 쌓이자 저에게 개별화교육지원팀 회의에서 얻어야 할 가장 큰 목표는 학교생활에서 아이가 편안함과 안정감을 가질 수 있게 교사들의 협조를 요청하는 일이 되었습니다. 일단은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어야지 교과수업에 조금이나마 집중을 할 수 있고 또 교사나 주변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길 여지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초가 깔리지 않은 상태에서 수업을 진행하면 돌발행동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럴 경우 학교는 모든 책임을 아이에게서 부모로 넘기면서 특수학급이나 가정을 격리의 장소로 이용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교과에 대한 교수적 지원을 구체적으로 요청하기보다는 수업별로 아이의 돌발행동을 억제할 수 있는 방식의 교과적 혹은 생활적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발달장애 아이들은 개별적으로 감각적 특성이 다르고 민감하고 성장에 따라 환경에 대한 반응이 계속적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이런 것을 고려하고 지원을 해줘야지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설득했습니다. 저는 교과적 지원보다는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의 지원, 방과 후 수업에 대한 맞춤지원, 도우미 학생의 운영 같은 것을 더 중점을 두고 이야기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개최하는 여러 행사(축제, 수학여 헹, 체육대회, 소풍)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밝히고 지원을 요청합니다.
그런데 아이의 특성에 대해 설명을 할 때에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필요이상으로 솔직하게 학교에게 모든 정보를 공개하면 나중에 작은 문제가 생겨도 개별화교육팀 지원회의에서 우리가 발언한 것을 근거로 책임전가를 부모에게 넘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 가기보다는 남편과 같이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학교에 가기 전에 둘 사이에 서로 요구하고자 하는 상황에 대해서 입장을 정리하고 역할을 나누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문제가 생겨서 학교에 가는 것보다 예방하는 차원에서 같이 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방식으로 설득을 하시면 되고 만약에 그래도 바쁘다고 참석을 거부하면 학교에서 생기는 모든 책임은 남편의 몫이라고 말씀하시길 바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너무나도 많은 돌발요소가 있습니다. 담임교사는 매번 바뀌는데 특수교사 역시 갑자기 교체됩니다. 중학교나 고등학교 같이 다른 환경의 새로운 학교에 들어갈 경우에 개별화교육지원팀 회의의 내용이 잘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처음부터 탑을 다시 쌓아야 하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또한 실질적으로 3월 초에 개별화교육팀 지원회의가 잘 진행되기 위해서는 회의에서 결정하고 논의해야 하는 내용들에 대해 사전에 고민하는 자리가 필요합니다. 학기 초에 열리는 개별화교육지원팀 회의의 내용에는 이미 교육적 지원 사항이 다 결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걸 위해서는 2월 봄방학 기간에 학교와 특수교사와 개별화교육지원팀 회의에 대해 간략하게 고민하고 논의하는 자리가 필요하지만 이런 기회는 쉽게 갖기 어려웠습니다. 이것은 온전히 개별 특수교사의 의지에 달려 있기 때문에 좋은 교사를 만나시면 꼭 사전회의를 갖기를 바랍니다.
아무리 교과적 지원이 잘 계획된 회의가 진행되어도 학교와 소통이 어렵거나 원활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좋은 특수교사를 만난다면 기분 좋게 회의를 마칠 수도 있겠지만 잘 맞지 않는 특수교사를 만난다고 해서 너무 강하게 요구를 하거나 대립을 하는 것을 권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학부모와 교사의 감정이 상하게 되면 아이의 학교생활이 어려워집니다. 원칙적인 것을 내세운다고 교육부나 교육청, 학교가 학부모의 요구를 받지도 않고 이것을 지원하거나 도와줄 전문성을 가진 통합학부모단체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학교나 교사들의 분위기에 대해 객관적인 판단을 하고 그 상황 아래에서 아이에게 꼭 필요한 환경적 지원에 대해서 조금은 건조하고 사무적인 태도를 갖고 회의에 참석하셨으면 합니다.
여러분들의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