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확인! 해도 불만, 안 해도 불만

그러니까, 직장생활

by 겨울아이


벨이 울리고 고객이 인입한다.

팝업 되는 고객은 남자인데 전화를 한 사람은 여자 목소리이다.

첫인사를 끝내기도 전에 당당하게 말을 꺼낸다. 나, 이 사람 배우자인데 이거 확인 좀 해줘요.

너무 당당해서 오히려 내가 이상해지는 느낌이다.

당황하지 말자... 잠시 숨을 고르고 최대한 정중하게 말을 잇는다.

-고객님, 죄송합니다만 문의주신 사항은 본인께서 직접 연락을 주셔야 확인이 가능합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훅 치고 들어오시는 배우자분.

-그러니까, 내가 배우자라니까? 부부일심동체, 몰라요? 응?

부부일심동체는 무슨... 아무 데나 일심동체라는 말은 쓰시면 안 됩니다. 고객님, 제발...

일심동체라는 말까지 들먹이며 회유를 해도 내가 넘어가지 않자 살살 어르고 달래기 시작한다.

-에이, 언니. 내가 뭐라 하지도 않고 어디다 민원도 안 넣을 테니까 확인 좀 해줘 봐요.

본인도 아닌 제3자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고객센터 a.k.a 콜센터라는 공간에서는 제 아무리 부모, 자식, 배우자, 일가친척이 합심해서 덤벼도 본인이 아니면 제3자에 불과한 것이다.

결국 본인도 아닌 제3자와 10분 넘게 입씨름하다가 간신히 통화를 종료한다. 아, 기 빨려...





인입되자마자 막무가내로 주민번호를 부르기 시작한다.

-고객님?

조심스럽게 운을 뗀다.

-우리 아들 주민번호니까 일단 받아 적어요.

막무가내다. 심지어 미성년 자녀도 아니고 20대 중후반의 성인이다.

고객님, 실례지만 해당 고객님 본인께서 연락을 주셔야... 다시 조심스럽게 운을 떼보지만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컷.

-아니, 내가 선생님 하는 말은 알겠지만 어린애가 뭘 알아요? 엄마가 해줘야지.

순간 귀를 의심한다.

어린애요? 일곱 살도 아니고 스물일곱인데요?? 어이없음을 누르며 최대한 예의 바르게 거절한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쌍욕뿐이다.

-뭐 이런 거지 같은 경우가 다 있어? 18

전화 뚝.

증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고객님께서 하시면 아니 되지요... 어이가 없네?라는 영화대사가 괜히 인기를 끈 게 아니었다는 말씀.




누가 들어도 젊은 목소리의 여자가 본인이 맞다며 아무렇지 않게 정보확인을 해준다. 팝업 된 고객의 연령대는 50대 후반. 실례지만 본인 맞으십니까? 되묻자 본인 맞다니까요? 지금 의심하시는 거예요? 오히려 화를 낸다.

-죄송합니다만 전화 종료해 주시면 등록된 번호로 제가 다시 연락드려서 상담 진행해 드리겠습니다.

최후의 펀치를 날리자 그제서야 딸리라며 실토를 한다. 결국 본인에게 연락해 상담을 해주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다.


반대의 경우.

-아니, 내가 지금 얼굴 보면서 업무를 보는 것도 아니고 전화로 업무를 보는데 겨우 그정도 물어보면서 본인 확인이 되겠어요? 더 꼼꼼히 물어봐야 할 거 아니요?

대체 얼마나 더 확인을 해야 만족을 하실런지?


기타의 경우.

-이런 거 화면에 다 뜰 텐데 뭐 하러 물어봐요?

-다른 사람이 내 정보 알고 읊어주면 당신들은 모르는 거 아냐? 이거 사기 아니야? 여기 정말 고객센터 맞아요?

정보확인하는 데에만 5분 넘게 진을 빼며 생각한다. 고객님, 고객님께서 대표번호로 직접 전화하신 거잖아요.





잊을만하면 한 번씩 터지는 뉴스거리. 고객의 정보를 빼돌려서 이러저러하게 사기를 쳤다거나 어디 어디에 팔아먹었다더라...

하지만 핵심은 이것이다. 어느 고객센터이든 상담사가 고객의 정보를 빼돌리지는 않았다는 것.

그러니 고객님들. 안심하시고 저희 좀 믿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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