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라떼 (feat 스티브 유 a.k.a 유승준)
고백컨대 한때 나의 최애 스타는 다름 아닌 스티브 유, a.k.a 유승준이었다. (이렇게 조롱 섞인 영어 이름이라니...)
허우대 멀쩡하게 잘 생긴 것은 기본이요 춤도 잘 추면서 무대매너도 좋은데 노래실력까지 나쁘지 않네? 심지어 90년대 중후반 당시 H.O.T, 젝스키스, 룰라, 클론, 듀스, DJ.doc, 샵 등등 최소 2인 이상의 그룹이 대세였던 시기 솔로 가수로서 무대를 빈틈없이 채우며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던 그에게, 어찌 열광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 당시에도 한창때의 남자 연예인에게 껌딱지처럼 따라붙는 질문이 있었으니 그것은 당연하게도 군대 관련 질문이었다. 지금이야 모든 멤버가 입대를 했으니 망정이지 세계적인 그름 BTS에게도 지긋지긋하게 따라다녔던 질문이 군대였으니 당시에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던 민감한 문제였다.
90년대 중후반을 지나온 세대라면 기억하겠지만 인터뷰를 하면서 군대 관련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는 (그것이 편집에 의한 것이든 정말로 자의에 의한 것이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한민국 남자라면 군대는 당연히 가야죠'라는 식의 답변을 했고 당시만 해도 있어 보였던 교포출신 가수라는 포장으로 데뷔를 했던 그의 입에서 '대한민국'과 '군대'라는 마성의 답변을 내놓을 때마다 아, 저 사람...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하고 얼굴도 잘 생기고 무대 매너도 좋은데 의리까지 있네? 라며 아무도 깔 수 없는 호감형 연예인으로 등극하며 더욱 큰 인기를 누리게 된다.
그리고 이후의 스토리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입대를 위한 신체검사까지 받았으나 해외일정을 핑계로 해외로 출국, 일정을 마친 후 한국으로 들어오지 않고 미국으로 건너가 시민권을 취득했고 시민권을 취득한 순간 대한민국 군대는 반드시 가야만 하는 의무가 아니게 되었으며, 나의 뇌피셜이긴 하지만 그렇게 군대의 의무로부터 해방감을 느끼며 한국으로 돌아오려는 순간 초유의 입국 거부라는 사태를 겪게 된 것이다.
지금은 이미지가 나빠진 퇴물 연예인에 불과하고 2000년대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은 대체 유승준이 누군데 그래? 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굳이 유승준의 기억을 끄집어내는 것은 얼마 전 다시 한국으로 입국 신청을 한 후 재차 거부를 당하고 진행했던 한 인터뷰 영상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영상 속 유승준은 아니, 이제는 스티브 유가 되어버린지 오래인 그는 '그래, 나 약속 안 지켰다. 그런데 니들은? 세상에 약속 100% 다 지키는 사람 있어?' 라며 울분을 토해내며 눈물을 흘렸고 한때는 그를 애정해 마지않았지만 현재는 그가 흘리는 눈물마저 거짓으로 보였던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세상천지에 약속을 백 퍼센트 지키는 사람이 어디 있겠니. 그런데 약속도 약속 나름이지. 언제 밥 한번 먹자, 처럼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듣는 약속도 아니고 이건 좀 아니지 않니?
언젠가 가수 정준영의 팬이었던 사람은 어느 방송에 출연해 이런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내가, 우리가 그를 좋아하고 응원해 주어서 그가 아무런 죄의식 없이 그런 범죄를 저지른 걸까, 라며 그를 좋아했던 것이 부끄럽고 피해자들에게 미안했다고 말이다.
이 인터뷰를 유승준에게 대입하자면 내가 그를 좋아하고 응원해 주었기 때문에 그는 군대를 가야 하는 수많은 대한민국 젊은이들을 무시하는 게 아무렇지도 않고 그저 본인이 한국에 들어오지 못한다는 사실만 억울한 것일까?
좋아하거나 좋아했던 스타 때문에 자랑스럽지는 못할 망정 어째서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것은 팬이었던 사람들의 몫인 걸까.
부디 본인의 억울함만을 생각하지 말고 본인에게 크나큰 사랑을 주었던 사람들이 어째서 한 번에 등을 돌렸는지를 깨닫길 바라며 지금도 땀 흘리며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을 대한민국 젊은이들, 너희들이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