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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seilleu Sep 22. 2015

말이 너무 긴 사람

너  너 혼자 취해라

내가 대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H모 대학 독일어과에 재학 중 이었던 나는 당시 '독일어강독'이라는 수업을 들었다.


근데 3학년 선배가 질문을 하는데, 그게 교수님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질문을 하는데 말이 너무 길었다. 무슨 얘기를 한지도 모를 정도였다.  


문체로 비유하면 문장이 끝나지 않고 계속 점(,)으로 연결되는 극단적인 만연체라고 할까, 도무지 한 번 시작한 말이 끝나지 않는 것이다.


오죽하면 겨우(?) 질문이 끝나자 교수님은 "질문을 하려면 간단명료 하게 핵심을 담아야지, 마치 제2, 제3의 발표를 하듯  두서없이 말하면 빈축을 사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정말 정곡을 찌르는 일침이었다. 다른 학생들 반응을 살펴보니 요즘 말로 '사이다~~'라는 표정이었다.

오늘 한 토론회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어떤 기자가 질문을 하는데, 말만 길고 도대체 핵심을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말을 조리 있게 잘 하는 것도 아니었고, 계속 끊기고 순간순간 말을 생각해내는 것 같은데 또 꿋꿋이 이어 나가는 의지를 보면서 본인 말빨에 본인이 도취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 근성은 인정하지만 이쯤 되면 그 질문에 답변을 해야 하는 사람이 불쌍할 지경이다.


내가 이런 사람들을 관찰한 결과 성격이 굉장히 outgoing 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또한 결정적으로 '내가 말을 잘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적극적이고 제스처도 굉장히 크고 시원하게 잘한다.


그런데 아이러니 한 건 '내가 말을 잘 한다'는 생각에 개인기만 믿을 때 본인은 얼마든지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제3자가 볼 때는 '이건 뭥미?' 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내가 이런 생각을 말했더니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준비되지 않은 애드립 말빨은 언젠가 밑천을 드러내고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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