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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seilleu Sep 23. 2015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과거 Y모 대학의 한 남학생이 학내에서 청소하시는 분에게 욕을 하고 쓰레기 봉투를 밟는 사건이 있었다. 이른바 'Y대 쓰레기남(男)' 사건으로 청소노동자 분을 무시한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비슷한 사건도 더 있었는데, 대학생이 부모님 뻘 되는 분들을 무시하면서 해당 학생은 큰 비난을 받아야 했다. 솔직히 깨끗한 캠퍼스에서 공부할 수 있는 건 그분들의 역할이 큰 데, 금수저 집안의 아들인지는 모르겠지만 근본(根本) 없는 쓰레기 같은 행동이었다.


일상에서 청소하시는 분들을 자주 보게 된다. 내가 주로 있는 기자실에서도 청소하시는 분들을 볼 수 있다. 보통 12시쯤 되면 청소하러 기자실에 오셔서 대대적으로 청소하시던데, 아마도 점심시간 사람 없을 때 청소를 하는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오늘 점심 먹고  양치질하러 화장실 앞에 왔는데 하필 '청소중'이라는 팻말이 앞에 있는 것이다. 양치질을 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심기일전해서 기사마감을 하려던 내 계획이 졸지에 어그러지고 말았다. 

그래도 이왕 나온 거 스마트폰 검색 좀 하다가  양치질하려고 몇 분 기다렸다.  다시 들어갔다가 나오는 게 귀찮기도 했다. 


그런데, 청소하시던 아주머니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갑작스런 말씀에 나는 처음에 무슨 말인지 몰랐다. 내가 칭찬을 받으려고 한 것도 아니고, 청소를 하신다니 잠깐 기다린  것뿐이다. 이분들이 나한테 억하심정으로 잘못한 게 있는 것도 아니고, 내 부모님 연배의 어르신들이고, 아마도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을 하실 텐데, 내가 그분들을 무시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은 있다. 


과거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이 본관 점거농성을 취재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경험도 이런 생각에 영향을 미쳤다. 


 오늘 청소 아주머니는 내가 화장실 부근에서 기다린 걸 아셨다. 그래서 나한테 감사함을 표시한 것 같은데, 굉장히 기분 좋으면서도 오랫동안 기억되는 그런 에피소드로 남을 것 같다. 


나는 청소노동자 분들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 청소 하니까 무시해도 될 만큼 우습게 보이는가? 그렇다면 그런 본인은 얼마나 뛰어난 인생을 살고 있는지 반문해 보고 싶다. 참고로 Y대 쓰레기남도 당시 이른바 '네임드'보다는 '듣보잡'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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