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실에 있으면서 느끼는 건데, 나는 기자들의 전화 스타일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한다.
첫 번째는 전화부스 혹은 밖에 나가서 하거나, 아니면 조용하게 취재하는 스타일이다.
두 번째는 그 좌석에서 적극적으로 전화기를 붙잡고 취재하는 스타일이다.
나는 첫 번째 유형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무슨 취재를 하는지 다른 기자한테 노출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나 중요 기사인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이럴 때는 아예 질문할 항목 다 적어놓고, 밖에 나가서 통화한다.
전화하다가 실수할까 봐, 그게 드러날까 봐하는 이유도 있다.
반면에 적극적이면서 때로는 큰 소리로 전화 취재하는 분들이 있다. 어떤 때는 마치 자신의 취재를 live 방송하듯이 중계하는 것 같다.
한 번은 내가 다른 기사를 쓰면서 한 아이템을 발제한 걸 잊고 있었는데, 그 기자의 음성을 듣고 그 아이템이 다시 생각나서 기사를 마무리한 적이 있다.
다른 경우에는 내가 그 사안에 대해 취재 진도가 잘 안 나가고 있는데 그 기자의 통화를 듣고 어떤 루트로
접근해야겠구나 깨달음(?)을 얻을 때고 있고, 멘트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인데, 그 타이밍에 구구절절 읊어줘서 '본의 아니게' 내 취재가 원활해 진적도 있다.
내 조사 결과, 타 기자들도 이런 경우 모르는 체 하면서 은근슬쩍 자신들의 기사에 활용하기도 한다.
언젠가 두 번째 유형의 기자와 나중에 인사를 하게 된 적이 있었는데 내가 이렇게 말해서 그분이 빵 터졌다.
"기자님 성함은 기자실에서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습니다."
이건 약간 다른 얘기인데, 기자들이 모인 술자리에서 아주 민감한 이슈가 등장했는데, 갑자기 화장실을 간다거나 애인한테 전화하러 간다고 하면 (물론 진짜 그런 이유일 수 있지만) 다른 기자 몰래 데스크에 보고하는 등 은밀하면서 독자적인(?) 행보를 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