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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seilleu Sep 25. 2015

"기자님, 치즈돈까스 시키셨어요?"

과거 내가 한국대학신문에 재직하고 있을 때였다. 2011년쯤으로 기억하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L 선배와 코드가 잘 맞아서 그런지 같이 취재를 다닌 것이 있었다. 


L 선배와 내가 성향이 많아 달라서 같이 다니는 걸 보고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었는데, L 선배가 후배를 잘 챙겨주는 스타일이라 잘 맞았던 것 같다. 


그 선배 출입처 중 서울 소재 S대학이 있었는데, (지금도 그럴지는 모르겠는데) 그 대학 기자실은 근처 중국집과 김家네, 2곳과 제휴를 맺었다. 무슨 의미냐 하면 기자실에 두 곳의 연락처가 화이트보드에 비치돼 있는데, 

기자가 거기서 주문해서 먹으면 홍보실에서 일괄적으로 결제해 주는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L 선배와 내가 점심을 주문하고 좀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갑자기 S대 홍보실장님이 포장된 음식을 두 팔에 얹어서 기자실에 들어오시는 거다. 

사진출처 : http://goodboom.tistory.com/31 (비영리이며, 문제 시 삭제하겠습니다.)
"기자님, 혹시 치즈돈까스하고 제육볶음 시키셨어요?"


생각해보니 주문을 할 때 기자실로 배달을 시켰어야 했는데, 홍보실이라고 잘못 말했나 주문했던 음식이 홍보실로 가고 말았던 것이다. 게다가 홍보실장님이 친히(?) 그 음식을 가져 오시는데, 순간 많은 생각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가끔은 L 선배의  묵인하에 내 출입처가 아님에도 S대 기자실에 가서 주문해다 시켜먹으면서 출입처가 아니라는 이유로 기사는 안 쓰는 이른바 '먹튀'를 했었고 간혹 점심, 저녁 2끼를 주문해다 먹기도 했다. 


아마도 S대 홍보팀에서 나는 '블랙리스트', '요주의 인물'이 아니었을까. 아마 직원들끼리 나를 두고 뒷담화 했을지 모르는데, 그랬더라도 나는 마땅히 그 심정을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나도 양심이 있어서 좋은 주제의 기획취재가 있으면 S대 사례도 몇 번 넣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해도 치즈돈까스를 직접 들고 오셨을 때 그 실장님의 웃으면서도 오묘한 표정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고 때로은 아찔하기도 한데, 언제 한번 대면할 기회가 있다면 당시의 송구스러운 마음을 표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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