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rseilleu Feb 14. 2017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

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말이 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는 의미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는 건 일상 다반사다. 


그런데 지난주 일요일은 ‘회자정리’라는 말이 더더욱 생각이 났다. 그 날은 성당 보좌신부님이 마지막으로 미사를 집전하는 날이었다. 그 다음주 부터는 신부님이 다른 성당으로 옮기기 때문이다.

 

마치 우리가 중딩, 고딩때 선생님들이 전근을 가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많은 선생님 중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있고 이 분들과 헤어지게 되면 조금이라도 슬프지 않는가? 


보좌신부님은 개성이 있었다. 목소리가 좋고 뚜렷해서 말이 잘 들렸다. 강론할 때도 자신의 삶이라던가 경험을 통한 예를 많이 들어서 이해하기도 쉬웠다. 


성격도 좋아서 은근히 팬(?)도 많았고 나도 ‘저 신부님은 좀 오래 계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그런가 이제 슬슬 옮기실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들 찰나 저번주가 마지막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 날은 미사 중에 신부님을 많이 쳐다보게 됐다. 지금 아니면 다시 뵙기 어렵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보려고 했는데 신부님이 처음 왔던 2년전부터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 때를 돌이켜보니 전 직장이 망하면서 실직했다가 한 달 만에 회사가 다시 재개하면서 일을 다시 시작했고, 좋은 기회를 통해 이직을 하는 등의 일들이 기억났다. 


하여튼 이날 신부님도 마지막 말씀에서 “주기적으로 임지를 옮겼지만 이번과 같이 감정적으로 힘든 적이 없었고 정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동안 신부님과 대화도 별로 못 해봐서 너무 아쉽다. 역시 있을 때 잘해야 하는데 말이다. 간혹 누군가와 이별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신부님이 새로운 곳에서 적응 잘 하시고 나도 새로 오시는 신부님과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가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이를 먹는다는 것, 늙는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