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이라는 연애물의 바이블을 제시한 제인 오스틴의 명작의 아이디어는 티타임에서의 수다였다는 걸, <로마의 휴일>로 유명한 오드리 헵번이 초콜릿 덕후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먹방이라던가, 쿡방, 음식, 미식에 대한 작품들은 많지만 음식과 역사적인 인물과의 에피소드를 접목한 책은 매우 드문 시점에서 <식탐일기>라는 책이 최근 출간됐다.
브런치 초기 작가이자 1회 공모전에서 은상을 수상한 저자 ‘정세진’님을 만나 역사속의 인물들과 음식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나도 브런치 작가이지만 책은 커녕 ㄷㄷㄷ)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세상의 낯선 문화, 특히 음식을 탐구하는 음식 덕후입니다. 다양성이 있어 세상이 아름답다는 신념의 소유자이기도 하지요. 어린 시절 대하소설을 쓰고 싶었는데 소설가가 되기에는 너무 무식하다(!!)는 것을 깨닫고 기자일을 하다 지금은 다시 오래전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매진하고 있습니다.”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네요.
“대학 졸업 후 주간한국에서 ‘문화 속 음식기행’ 칼럼을 쓴 적이 있어요. 영화나 소설 속 음식 이야기를 모티브로 풀어내는 칼럼이었는데 책 출간 제의도 받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무산됐었지요. 항상 아쉬움을 안고 살다가 브런치 북프로젝트에 응모하게 됐고 우여곡절 끝에 단행본을 낼 수 있었습니다.”
-책이 실제 발간됐을 때, 또 서점에 책이 진열됐을 때 느낌은 어땠나요?
“사람들 수백명 앞에 서서 연설해야 할 때의 기분이 들었어요. 책을 쓰다 아쉬웠던 부분, 부족한 부분들이 하나씩 생각나면서 이렇게 부끄러운 책을 내다니..하면서 이불킥을 하기도 했었지요. 뿌듯하기도 하고 조금은 창피하기도 하고 복잡한 마음이 들더라구요. 어쨌거나 내 인생에 큰일 하나 했다는 부분에서는 기뻤습니다.”
-글의 서두에 언급은 했지만 작가가 생각하는 이 책의 차별화된 점이 있다면요.
“사실 누군가의 식성이란 것은 한 인물을 말하는 데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사생활에 그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식탐일기는 그 사소해 보이는 식성에 초점을 맞춰 명사들의 숨은 면모를 찾아내는 책이라고 할 수 있죠. 전기라는 장르가 대체로 특정 인물에 대한 지나친 미화나 왜곡에 빠지기 쉬운데 저는 그러한 시각을 벗어나 보고자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식욕’에 대해 접근하기로 한 것입니다.”
-가장 기억나는 에피소드 하나 고른다면 어떤 편인가요?
“이 책의 컨셉을 제시했다고 할 만한 인물이 바로 소설가 오노레 발자크입니다. 심리학 전공자이다보니 발자크가 보였던 구강기 애착 성향과 이로 인한 식탐에 관심이 갔어요. 모르는 사람은 발자크를 먹보에 절제를 모르는 사람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 그 이면에는 어머니에게 사랑받지 못했다는 트라우마가 있거든요. 학창시절 발자크의 소설을 즐겨 읽었던 만큼 그런 그의 삶에 연민이 갔고, 현대인들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 생각돼 애착이 갑니다.”
-책 출간 이후 몇몇 방송에도 출연하셨는데 어땠는지요.
“마포 FM과 국악방송 등에 출연했습니다. 짧게나마 방송 기자 일을 해봐서 라디오 출연이야 뭐...했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어렵더라구요. 책을 쓰는 것만큼 충분한 시간을 들일 수가 없으니 즉석에서 답변을 풀어내기가 쉬운 게 아니었어요. 국악방송 진양혜 아나운서의 경우 좀 예상못한 질문을 많이 하셔서 많이 버벅댔던게 부끄럽네요.”
-팟캐스트 <누리네 다락방>(!!!)에도 출연했습니다.
“다른 방송들에 비해서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라 음식에 대한 자유로운 수다를 떠는 기분이어서 재미있게 녹음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공중파 방송이 아니어서 그런지 한결 부담도 적었구요. 보다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었는데 한정된 시간에 준비가 좀 부족했던 것 같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과거 기자직을 했는데,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서 한 말씀 부탁드려요.
“기자라는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은 세상 돌아가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다는 점 같아요. 사실 처음에는 기자 업무에 끌렸다기보다는 글을 쓰면서 세상을 배울 수 있다는 막연한 생각에 도전했었지요. 하지만 생각보다 기자 업무에 있어 글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었고, 아직까지 우리나라 언론사들은 위계질서 같은 조직문화가 강해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집필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자료 수집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어요. 특정 인물에 대한 자료를 찾는 건 어렵지 않은데 그 사람이 어떤 음식을 즐겨 먹었나...이런건 위인전이나 평전에 나오질 않잖아요. 특히 채플린 같은 경우 거의 외국 자료에만 의존해야 할 정도였지요. 영어 자료를 번역하고, 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낯선 음식이나 식재료가 나오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도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앞으로 책 집필 계획은? 어떤 장르, 주제에 관심 있나요?
“역사와 음식 쪽에 줄곧 관심을 갖고 있었으니 앞으로 나오는 책도 비슷한 영역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가벼운 읽을거리로 그치기보다는 좀 더 진지한 고민들을 던져주는 책을 쓰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책을 낸다면 더 많은 공부 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책을 내는 동안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고, 인생 첫 책인만큼 소중하게 여겨지는 동시에 아쉬움도 많이 남습니다. 식탐일기를 계기로 더 읽을만하고 다양한 시각을 제공해 주는 글들을 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