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히든 피겨스>는 1950~60년대 극심한 인종차별 속에서도 미국의 우주 프로젝트 성공에 기여한 세 명의 흑인 여성의 실화를 다뤘다. 개인적으로는 감동적으로 본 영화이기도 했다.
이들이 흑인,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고 편견에 시달리는데, 특히 화장실 장면을 통해 인종차별을 상징적으로 그렸다.
(이 영화에 대한 일반적인 리뷰는 http://blog.naver.com/marseilleu/220990249136 에 작성)
주인공 중 캐서린 존슨은 탁월한 수학 실력을 가졌지만 백인 직원들에게 차별과 텃세를 당하게 된다. 흑인이라는 이유로 커피포트도 따로 써야했고 화장실도 무려 800m나 떨어진 유색인종 전용 화장실을 사용해야 했다.
화장실 한 번 가려면 무려 왕복 1.6km를 가야 하는데 가까운 화장실 놔두고 업무서류 싸들고 먼 화장실로 뛰어가는 주인공이 안쓰러웠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내가 겪었던 몇몇(?) 화장실 에피소드가 있었다.
모 건설회사 기자실을 출입할 때였다. 지금은 김영란법 시행 이후 달려진 걸로 알고 있는데 3년전에는 유력 언론사 기자들에게만 출입카드가 지급됐다. 그러면 비메이저(?) 혹은 마이너(?) 기자들은 어땠냐 하면 기자실에 공용카드가 딱 1개 놓여 있는데 몇 명이서 카드 1개를 공유해야 했다.
화장실을 가려면 기자실을 나와 게이트를 통과해야 하는데 게이트를 나갈 때는 카드가 필요 없는데 화장실 갔다가 기자실로 복귀하면 카드를 찍고 들어가야 하는 구조였다. 그래서 만약 화장실은 가야 하는데 공용카드가 없으면 일단 화장실을 갔다가 홍보실에 전화해서 게이트 통과를 위한 동행을 요청해야 했다.
<히든 피겨스>처럼 백인과 흑인이 화장실을 따로 쓰거나 <헬프>에서 나오듯 흑인 가정부가 백인 화장실 사용했다고 해고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매체 파워에 따른 차별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경우도 있었다. 이건 화장실 사용의 어려움과 관련이 있다. 각종 기자실을 가다보면 화장실 시설이 넓고 첨단 비데 등 좋은 시설이 구비된 곳이 있다. 반면에 모 기자실 근처 화장실은 시설이 열악했다.
그 곳은 과거 서울 시청역 부근 프레스센터 1층에 위치했는데(이쯤되면 어딘지 공개한 거나 마찬가지인데, 현재는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 엄청난 유동인구에도 불구하고 화장실은 단 3칸 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 1층에는 스타벅스가 있어 화장실 이용의 어려움은 더 심했다.
그런 이유로 급할 때 화장실에 가면 자리가 없고 어쩔 수 없이 시청역에 있는 화장실을 가기도 했다. 그런데 그곳도 자리가 없으면 정말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래서 한 번은 예전에 출입했던 은행 기자실까지 급한걸 참고 간 적도 있었는데 최소한 이 거리는 800m가 넘었을 것이다.
영화에서는 화장실 에피소드를 계기로 주인공이 처한 차별의 실상이 밝혀지고 차별이 개선되는 계기가 된다. 영화를 보면서 다소 엉뚱한 것 같은데 내가 겪었던 화장실 에피가 생각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