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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seilleu Sep 28. 2015

 88만원세대, 그리고 헬조선

요즘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 헬(Hell)과 조선(KOREA)의 합성어인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만 쓰이던 단어였다가, 최근 각종 뉴스 제목(심지어 메이저 매체도)에서도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고 있다.


헬조선이라는 단어 어감이 좋지 않으니 쓰지 말자고 하는 흐름도 있었는데, 점점 "헬조선을 헬조선이라고 하지, 그럼 헤븐조선이나 갓조선이라고 해야 되냐?"는 반론에 점점 힘을 잃고 있다. 


이제는 자타공인 헬조선이 유행어가 된  듯한데, 모 매체 기자는 이를 응용해 '갓성(God+Samsung)'이라는 기자수첩을 쓰기도 했다. 


내가 대학 졸업과 취업을 준비하던 2007년 말~2008년 이 시기에는 '88만원 세대'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그해 88만원 세대라는 책이 출간되기도 했으며, 청년들의 고통을 상징하는 단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시 내가 편의점 알바를 했을 때 88만원과 비슷한 언저리의 금액을 벌었다. 그때  주간알바는 시간당 3500원, 야간알바는 4300원이었고, (나중에 4500원으로 올랐지만) 가끔 땜빵 근무해서 보통 95만원 정도를 수령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지금 헬조선과 과거 88만원 세대의 다른 점은 '자조' '포기'라고 생각한다. 그때는 취업이 어렵지만 내가 열심히 스펙을 쌓고 능력을 키워서 지금의 취업난을 넘어서겠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물론 그런 분위기로 인해 IMF 이후 삭막하던 대학 분위기는 더욱  삭막해졌지만, 노력으로 극복하겠다는 게 느껴졌다. 


그러나 취업난이 더 심해지면서 스펙으로 극복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젊은이들에게 퍼지는 것 같다. 여기에 현재 벌어지고 있는 각종 사회모순이 겹치면서 현재 취업난은 물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지 못하게 만드는 사회에 대한 분노가 '헬조선' 현상의 원인으로 보고 있으며, 안타까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금수저 논란까지 겹치면서 더더욱)


분노가 격앙돼 있다 보니 일부 꼰대들이 현 상황에 대한 고찰 없이 젊은이들의 근성론, 노오력 부족을 언급하면, "당신들 그때 스펙으로 지금 취업도 못하고, 때를 잘 만나서 꿀빤 주제에 훈계질이냐?"는 반론을 당하기 십상이다. 


지금의 헬조선 현상은 단순히 젊은이들의 불평이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우리나라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은 것으로 봐야 하며, 그만큼 심각하게 여겨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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