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에 4세대 신형으로 돌아온 기아자동차 ‘쏘렌토’를 26일 시승했습니다. 시승은 서울 마리나에서 경기도 양주시 부근 ‘헤세의 정원’을 왕복하는 93km 구간이었습니다. 지금도 코로나 여파가 있는 만큼 예전과 시승행사의 진행도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한 차에 2개 매체 기자가 탑승해 중간기착점에서 교대해서 탔는데 이번에는 무조건 1차 1매체였습니다.
아무래도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보입니다. 예전에는 서로 신차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서 제가 미처 몰랐거나 살펴보지 못했던 점을 깨닫기도 하고 견문도 넓히고 친분을 쌓는 계기였는데 시국이 시국인만큼 어쩔 수 없었죠.
과거 3세대 쏘렌토와 비교해 이번 신형은 디자인에서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예전 모델은 그릴이나 전반적으로 곡선, 웅장함이 느껴졌다면 이번 신형은 직선, 세련되고 날렵하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특히 그릴은 기아차의 타이거 노즈, 이른바 호랑이 코 모양이 더 부각된 느낌입니다. 리어 램프는 버티컬 타입으로 마치 폭포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모습이 연상됐는데, 확실히 변화를 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부를 봤을 때도 변화의 흔적을 볼 수 있었습니다. 3세대 쏘렌토의 계기판이나 센터페시아 구성은 다소 보수적이고 아날로그 감성이었다면 이번 신형은 다소 깔끔하면서 하이테크만 면모도 보였습니다. 12.3인치 TFT LCD 클러스터와 10.25인치 UVO 내비게이션 모서리가 한 줄로 수평선으로 이어졌고 공조장치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계기판 디자인이나 특히 다이얼 방식의 전자식 변속기에서 디지털 감성이 느껴졌습니다. 현대차의 쏘나타, 그랜저의 경우 버튼식 기어를 채택한 반면, 기아차는 K5에 이어 쏘렌토 신형에 다이얼 기어를 선택했네요. 무드램프가 점등되니 생각보다 멋지구요.
다만 송풍구 모양은 독특했고 조수석 정면 부분의 빗살 무늬(?), 마름모(?) 문양은 적응이 안되더라구요. 전체적인 디자인과 동떨어졌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습니다. 손잡이 디자인도 제 기준으로는 불호였습니다. 그래도 어제 시승행사에서 다른 기자들 얘기를 들어도
“다른 건 몰라도 디자인은 괜찮다.” 는 평이 많았습니다.
신형 쏘렌토는 스마트스트림 D2.2 엔진에 습식 8단 더블클러치 변속기(DCT)가 탑재됐습니다. 최고 출력은 202마력, 최대토크는 45.0kg·m 성능인데 제 생각보다 가속 페달을 살짝 밟아도 쭉 나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콘트롤을 해야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드라이브 모드는 두 개의 다이얼 중 밑에 위치한 다이얼을 돌려서 선택하는데, 스포츠 모드에서는 확실히 가속 성능이 좋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고속으로 진입하면 풍절음 등 소음은 어쩔 수 없지만 가속이 이뤄질 때 RPM이 치솟거나 하는 건 볼 수 없었습니다.
엄청나게 치고 나간다는 느낌까지는 아니었지만 패밀리 SUV 관점에서 저 정도면 무난하고 괜찮은 성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속도로 주행보조(HDA) 기능,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까지 활성화시키니 차량이 알아서 앞차와의 간격을 조절하고 제한 속도에 맞춰 속도를 낮추고 스티어링을 조절해 편하게 운전을 했습니다.
현대차나 기아차에 대한 호불호는 많은데, 제 개인적으로는 HDA, NSCC 등 반자율주행 기능을 작동하기 편하더라구요. 게다가 열선과 통풍 모두 다 있는 점도 좋았습니다. 일부 수입차에서는 특히 통풍 기능이 없는 적이 있었는데, 옵션 사양은 현대차, 기아차가 괜찮다고 봅니다.
중간기착지에서 잠깐 쉬다가 2열과 3열에 앉아 봤습니다. 아무래도 쏘렌토를 구매하는 고객의 상당수는 패밀리용으로 활용할텐데 2열 공간은 넓고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제가 탔던 6인승 모델은 2열이 독립식이었구요.
다만 3열은 저같은 거구의 남성이 타기에 매우 좁고 불편했는데, 어린 아이들이라면 모를까 성인들은 쉽지 않은 공간으로 보였습니다. 일단 시트의 높이도 낮고 좁아서 ‘아예 3열은 없는 걸로 보거나 폴딩하고 트렁크 공간으로 활용하는게 낫지 않느냐’는 반응도 있었구요.
디젤 모델의 복합연비는 14.3km/ℓ(5인승, 2WD, 18인치 타이어 기준)이고 시승 모델인 6인승, 4WD, 20인치는 13.0km/ℓ입니다. 출발해서 중간기착점까진은 13.9km/ℓ, 다시 복귀할 때 13.7km/ℓ이 나왔으니 이날 시승에서는 13.8km/ℓ 정도 나왔습니다. (중간 기착점에서 출발할 때 차량 관리요원이 리셋을 했습니다.;;)
가격표를 보니 엔트리 트림인 트렌디는 2948만원부터 시작하는데 최상위 트림인 시그니처는 3817만원부터입니다. 최소 노블레스 트림이 돼야 버튼식 기어가 탑재되고 전자식 4WD 시스템이나 드라이브 와이즈, UVO 내비게이션 등을 선택하면 40000만원 이상으로 가격이 올라가네요. 저 정도 가격이면 현대차 ‘팰리세이드’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사전계약만 2만6368대였으니 명성만큼 판매량을 기록할 것 같기는 합니다.
다만 변수는 이번 쏘렌토 하이브리드 사태가 터지면서 악재를 맞았고 5~6월쯤 출시 예상인 현대차 ‘싼타페’ 페이스리프트가 어떻게 나올지겠죠. 아마 싼타페는 하브 규정을 맞춰 나올텐데 제 개인적으로는 중형 SUV면서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호하려는 고객층이 꽤 있지 않을까 싶구요.
전반적으로는 만족스러운 시승이었습니다. 다만 시간 관계 상 기아 페이(KIA PAY) 등을 체험하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도 타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