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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seilleu Mar 31. 2020

차량의 ‘급’이냐 ‘옵션’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지난해 말 인생 처음으로 자동차를 장만하려고 했습니다. 당시 지방으로 이사갈 가능성이 있었고 그러면 차가 필요할 것 같았기 때문이죠. 또 자동차 분야를 담당하면서 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도 했습니다. 


처음에 검토한 모델은 제네시스 ‘G70’이었습니다. 일단 멋있고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나 BMW 3시리즈를 사기에는 예산이 너무 오버가 된 점도 있었습니다. G70도 물론 엄청 비싸지만 저 두 모델은 더 비쌉니다. 


제가 브런치 이전 글에 주말에 G70을 시승한 글을 썼는데, 2.0 어드밴스드 트림에 노 옵션은 3770만원입니다. 제가 예전에 검토했었던 모델은 2.0 엘리트 트림(4037만원)인데,  컨비니언스 패키지(190만원)만 더해도 4200만원이 넘어갑니다. 

제네시스 G70 2.0 모습. 사진/marseilleu


제가 만약 산다면 HTRAC(전자식 4WD, 250만원), 와이드 선루프(80만원), 컴포트 패키지(90만원) 등은 포기합니다. 대신 베이지 시트를 포기할 수 없어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1+렉시콘 프리미엄 사운드(200만원)를 더해 4400만원까지 베팅했을 것 같습니다. 정 자금이 부족하다면 시그니처-렉시콘 조합을 포기했을 거구요. 


저번 시승에서 어드밴스드 노옵션은 통풍 기능(시트 패키지 70만원), 후측방 충돌 경고, 후방 교차 충돌 경고(40만원) 기능이 없었는데 만약 이 트림이라면 저 두 옵션까지 해서 3880만원까지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이럴 때 자동차 기자를 하면서 다양한 차를 탔던 게 이른바 ‘독’(?)이 되기도 합니다. 최상위 트림에 풀옵션 모델을 갖춘 시승차를 타다 보니까 서라운드 뷰 기능이나 각종 안전 장치의 장점을 깊이 체험하게 되고 차를 구매할 때 포기하기 힘든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G70 2.0 내부 모습. 사진/marseilleu


아무래도 제네시스는 너무 비싸서 저는 신형 쏘나타에 관심이 갔습니다. (당시 기아차 신형 K5는 출시 전이었죠.) 원래 신형 쏘나타 2.0 시승행사때 다소 실망했고 렌터카를 해서 탔지만 소음 등 불만족스러웠는데 이후 쏘나타 센슈어스를 타보고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저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좋아해서 가격대를 봤습니다. 아반떼나 K3 등 준중형차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중형 세단 중 말리부, SM6 등도 검토했지만 아무래도 최신 출시된 차에 관심이 갔습니다. 


쏘나타 하브를 보면서 저는 카멜 나파가죽 시트가 있는 최상위트림 ‘인스퍼레이션’을 염두에 뒀습니다. 개소세 1.5%에 하이브리드 혜택 등을 감안하면 3600만원 정도인데, 플래티넘(헤드업 디스플레이, 서라운드 뷰 모니터, 후측방 모니터)까지 해서 3730만원, 거기에 솔라루프(130만원)으로 3860만원까지 투자할 용의가 있었습니다.

쏘나타 하이브리드 모습. 사진/현대차


그런데 4000만원에 육박하다보니 ‘그랜저’가 생각이 납니다. 그런데 그때 ‘더 뉴 그랜저’ 유출샷을 보고 ‘뜨아’ 한 적이 있어 시승행사만 참석해보고 결정하려고 했죠. 


우려했던것과 달리 그랜저가 훨씬 마음에 들었고 역시나 시승했던 차, 보도자료에 나오는 그 기능들이 다 탑재되고 베이지시트 선택이 가능한 최상위 트림 ‘캘리그래피’까지 올렸습니다. 이 트림은 4042만원인데, 헤드업 디스플레이나 파노라마 선루프, 빌트인 캠 등을 선택하지 않으면 4042만원입니다.  


제가 선호하는 하브는 고를 수 없지만 쏘나타에서 그랜저로 올릴 수 있고 헤드업 디스플레이 정도만 포기하면 그렇게 금액 차이도 나지 않습니다. 그랜저 하브의 경우 익스클루시브 트림까지 가면 4000만원 정도인데, 노옵션하면 가솔린 2.5 캘리그래피와 비슷합니다. 

제가 좋아했던 비이지 시트. 풀옵션 해야 저 시트와 저 공조장치가 가능하다. 사진/현대차


하브 엔진은 얻을 수 있지만 12.3인치 풀 LED 클러스터, 터치식 공조 컨트롤러, 나파가죽 시트, 뒷좌석 암레스트 등을 포기해야 하고 플래티넘이나 현대 스마트센스3, JBL 사운드 시스템 등의 옵션도 역시 포기해야 합니다. 


차량의 급을 올리면 트림과 옵션을 희생해야 하고 차량의 급을 낮추면 반대로 옵션을 높일 수 있습니다. 아무리 쏘나타 하브가 좋아도 저는 그 금액이라면 그랜저를 선택했을 것이고(실제로 계약을 넣었다 취소, 색상은 글로잉 실버)


더 뉴 그랜저 모습. (계약까지 갔었는데). 사진/marseilleu


그랜저가 패밀리용 세단으로 생각하면 제네시스 G70보다 활용성이 좋고 특히 뒷공간이 광활하지만 현대차보다는 제네시스라는 브랜드 가치가 높고 엠블럼이 주는 가치도 다르고, 결정적으로 더 뉴 그랜저를 시승하면서 ‘그래도 G70’이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도 선택의 순간에서 급이나 옵션이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왠만하면 급을 높일 것 같습니다. 지금은 제가 차가 없지만 만약 다시 선택해 본다면 쏘나타 하브 인스페레이션보다 그랜저 캘리그래피를 골랐을 것 같고 다만 G70 엘리트 트림과는 고민을 깊게 했을 것 같습니다.  

G70 후면부 모습. 사진/제네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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