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3월 국내 완성차 실적이 발표됐습니다. 내용을 보니 그랜저는 하이브리드 모델 3032대를 포함해 1만6600대나 판매됐습니다. 그랜저는 월평균 1만대 수준이 판매되지만 1만6600대는 처음 본 것 같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자료를 보니 2016년 12월 1만7247대 이후 3년3개월만에 최대 판매였습니다.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자동차 판매가 전반적으로 감소할 줄 알아서 의외이기도 했구요.
참고로 3월 내수 기준 쌍용차는 6860대, 르노삼성 1만2012대, 한국지엠 8965대인 점을 감안하면 단일차종 월판매 1만6600대는 엄청난 숫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3월까지 그랜저는 3만3500대가 팔렸는데 같은 기간 K5(2만590대), 쏘나타(1만8698대), 팰리세이드(1만4084대)보다도 높습니다.
자동차 기자를 하면서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 잘 사는 분들이 많은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3월30일 출시된 제네시스 ‘G80’은 첫 날 계약만 2만2000대에 달했습니다. 기아차 중형 SUV인 신형 ‘쏘렌토’는 사전계약 첫 날 1만8000대를 기록했고 출시 전날까지 2만6000대까지 올라갔구요.
그랜저가 3년 연속 연간 10만대를 돌파하고 그 기간 동안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의아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랜저가 인기 있을수는 있지만 준중형 세단이나 중형 세단도 아니고 준대형 세단이, 대략 4000만원 전후의 차가 월 1만대가량 판매된다는 게 가끔은 적응이 안될때도 있습니다.
G80는 가솔린 2.5 시작가격이 5247만원에 가솔린 3.5 풀옵션은 8000만원이 넘어갑니다. 올해 초 출시됐던 제네시스 GV80도 첫날 1만5000대가 넘을 정도였죠.
'부자가 많다'라는 화두는 수입차 실적을 봐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무려 7만1833대의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그 중 절반이 E클래스구요.
람보르기니는 2018년 11대에서 2019년 173대나 팔렸고 롤스로이스는 2018년 123대로 한국진출 최초로 연 판매 100대를 돌파하더니 지난해에는 161대로 확대됐구요. 포르쉐는 2018년 4285대, 2019년 4204대 등 연간 4000대 정도이고 벤틀리와 마세라티도 지난해 각각 129대, 1260대가 판매됐습니다.
제가 봤을때는 자동차 시장의 양극화가 뚜렷해지는 것 같습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서민들이 자동차 소비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어 준중형이나 중형 모델의 판매가 부진하지만 중산층들은 소비에 큰 지장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어떻게보면 코로나 여파로 자동차 업체들이 할인에 나서면서 더 유리한 조건에 차를 구입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저는 돈이 없어서 그런가(;;;) 아직까지 차를 마련하지 못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랜저가 한 해 10만대가 넘게 팔리고, 벤츠가 8만대 가까이 판매되고, 럭셔리 시장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에 부자가 많은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