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6~7일 휴가 기간 동안 메르세데스-벤츠 ‘E 300 e 익스클루시브’ 모델을 시승했습니다. 예전부터 벤츠 E클래스를 경험하고 싶었습니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벤츠 E클래스면 결코 가격이 낮지 않은데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을까 늘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A클, C클이나 CLS, GLC, EQC 등은 시승해봤어도 E클과는 인연이 닿지 못했습니다. 2018년 수입차 통계를 보면 벤츠 E300 4MATIC은 9141대, E 300는 8726대로 1,3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냥 E300으로 묶으면 1만8000대에 육박합니다. 당시 렉서스 ES300h가 8803대, BMW 520는 7696대로 2위와 4위에 올랐었네요.
2019년에는 E300 1만3607대, E300 4MATIC 1만259대로 1~2위를 장악해버립니다. 올해는 E300 4MATIC이 6361대로 1위, E250이 4569대로 3위 입니다. 이렇듯 벤츠 E클래스는 판매령만 따지면 수입차 업계에서 최정점에 위치해있습니다.
E300이나 E300 4MATIC은 아니었지만 운이 좋게도 E300 e 익스클루시브를 시승할 수 있었습니다. E클래스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이죠. 다만 6일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곳곳이 통제되고 이른바 ‘출근 대란’이 일어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차량을 픽업해서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만 하고 하루를 쉬었습니다.
7일날 날씨 상황을 점검하고 아침 일찍부터 주행을 시작했습니다. 시승 차량의 외관은 도로에서 많이 봤던 그 벤츠의 모습입니다. 저는 전면부 그릴에 삼각별 로고가 크게 위치한 디자인이 더 좋기는 한데 익스클루시브의 모습도 벤츠의 포스(?)를 주기에 충분합니다.
차량에 탔는데 시트 색상부터 굉장히 산뜻한 느낌을 줍니다. 물론 화이트 계열이 관리하기는 어렵지만 검정이나 갈색 계열보다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우드 느낌의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 벤츠 차량은 탈 때마다 삼각별은 물론 내부 디자인이 멋지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승 차량에는 3세대 PHEV 시스템이 적용됐고 90kW 전기모터, 13.5kWh의 리튬 이온 배터리가 장착됐습니다. 가솔린 엔진은 최고 출력이 211마력, 전기모터는 122마력이고 시스템 합산 320마력의 성능을 갖췄습니다. 이번 시승은 서울에서 강화도에 갔다가 파주를 들러 다시 서울역에 차량을 반납하는 루트입니다.
8월 초 폭우가 많이 왔는데, 시승 당일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다행입니다. 그 전날 차량을 픽업할 때는 길이 많이 막혀 잘 느끼지 못했지만 정체가 별로 없어 속도를 냈는데 승차감이 정말 부드럽습니다. 물론 신차, 시승차의 경우 차량의 컨디션이 좋기 때문에 승차감이 나쁜 적이 드물지만 ‘오랫동안 주행하고 싶다’는 인상을 받는 건 드문 케이스입니다.
BMW 5시리즈는 상대적으로 스포티하고 이른바 ‘달리는’ 모델이라면 벤츠 E클래스는 부드럽고 안정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거기에 PHEV니까 좀 더 정숙하고 운전하는데 기분이 좋습니다. 소음도 거의 들리지 않습니다. 물론 고속 주행 시 소음은 어쩔 수 없지만 그 외에는 만족스러웠습니다.
강화도 특유의 왕복 2차선길, 계속 나오는 오르막 내리막 코스에서 스티어링도 너무 가볍지 않고 안정적입니다. 파주에 가기 전에 휴식을 취하면서 사진도 찍어봅니다. 선루프도 개방해봅니다. 시야가 탁 트이면서 청량감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다시 파주로 이동을 합니다. 길이 막히지 않아 속도도 내봅니다. 시승 차량은 하이브리드, E모드, E세이브, 충전 이렇게 4가지 모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중 E모드는 전기 모터로만 주행하는 순수 전기 모드인데, 배터리가 방전될때까지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E세이브는 전기절약 모드로 가솔린 엔진으로만 주행하고 배터리의 충전량을 일정 수준 유지시킵니다.
물론 장점만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시승 차량은 2019년형 모델이었는데 첨단운전자보조장치(ADAS) 부분에서는 다소 아쉬웠습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기능이 빠졌는데, ACC 빠진 ADAS는 앙꼬 없는 찐빵과 다름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차간 거리 유지가 되지 않으면 크루즈 기능이나 속도제한 기능은 안쓰게 되더라구요. 게다가 부드럽고 조용했지만 가속 성능은 불만족스러웠습니다.
이제 차량을 반납하러 파주에서 서울로 이동합니다. 조금씩 비가 오기 시작하네요. 주차장에 주차했는데, 배경이 조금 어둡다보니 엠비언트 무드램프 효과가 멋지게 구현됩니다. 그리고 열선은 물론 통풍 기능도 있고 시트 조절도 버튼으로 조작할 수 있구요. 스티어링 왼편 구석에 스티어링 열선 지시대 모습도 보입니다.
PHEV 모델이다 보니 충전도 해보고 싶었는데, 주차장 근처에는 EQC와 다른 벤츠 차량이 선점을 해서 그냥 반납했습니다. 시승 모델의 가솔린 모드 기준 복합연비는 10.3km/l, 모터 전비는 2.5km/kWh입니다. 시승을 마쳤더니 무려 168km를 운전했고 배터리 기반으로는 64km를 주행했네요. 엔진 연비는 13.3km/l, 모터 전비는 14.0km/kWh으로 훨씬 높게 나왔습니다. 이렇게 보니 계기판의 시인성도 좋고 색상도 깔끔합니다.
비록 PHEV 모델이기는 했지만 벤츠 E클래스가 왜 이렇게 한국 시장에서 인기가 많은가 조금은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언젠가 벤츠 E클래스, 나아가 S클래스는 구매할 수 있는 재력을 갖출 수 있기를 소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