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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seilleu Oct 03. 2015

영화 에베레스트, 압도적인 자연 앞에서 무력한 인간

나는 산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와 함께 산에 많이 갔었고, 내 고향 신림동에서 살 때는 나 혼자 단독으로 관악산 연주대를 등반(?)하고 온 적도 많았다. 


군대에서 자대배치 받을 때 중대장이 '산이 좋냐, 바다가 좋냐?"고 물었을 때, 나는 이 좋다고 했고, 

그 대답 때문에 산 속에 위치한 진지(陣地)에서 대부분의 군생활을 했었다. 


15년 전 대학생 1학년 여름방학 기간 지리산 종주를 했으며, 그 해 겨울에는 아버지와 지리산을 종주하는데 눈이 너무 많이 와서 결국 길이 통제되면서 하산한 적이 있다. 

(영화를 보면서  그때 눈이 무섭게 내리던 기억이 났다. 아래 영화 스포 주의!!)

얼마 전 영화 에베레스트를 봤다.  에베레스트의 그 넓고 장엄한 풍경을 원 없이 볼 수 있었는데, 날씨가 좋을 때는 그게 멋진 경치이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얼마든지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압도적인(?) 모습으로 변모하는 걸 볼 수 있었다. 


영화를 보면 등반대는 정상 등반에 성공한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가 문제였다. 기후가 혹독하게 변하는데,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없었다. 저 자연의 그 거대함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겨내지 못한 사람들은 죽음에 이르렀고, 그 시체는 얼어버린채 방치됐다. 


아무리 1달 전부터 적응훈련을 하고, 등반 전문가들이 가이드하고, 통신이나 구조 시스템을 갖췄더라도 영하 40도에 엄청난 폭풍이 몰아치는 자연의 무자비한 공격에는 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 상황에서 인간은 한낱 미물(微物)에 불과했고, 그야말로 무력하면서도 나약한 존재에 불과했다. 영화 내내 자연의 웅장함과 어마어마한 위력을 보니까 영화 끝나고 차마 몇 분 동안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무력감을 느꼈다. 


물론 영화에서 나오는 에베레스트 등반 비용 6만5000달러(약 7700만원)도 내 수중에 없지만, 영화를 보면서 에베레스트 도전은 당분간 보류해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그리고 선택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 포기를 해야 할 때 포기를 했으면, 피해가 적거나 죽음에 이르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조금 더 욕심을 부리다가 더 큰 화를 입는 걸 봤기 때문이다. 잘못된 선택 속에서 자연의 심판은 냉엄했다. 

자연은 내 생각보다 거대하고 위대했으며, 압도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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