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안정성 좋은데, 내부 디자인은 아쉽다.
지난주 폭스바겐의 SUV ‘티구안’을 시승했습니다. 원래 매력적인 디자인의 아테온을 타고 싶었는데, 티구안이 올해 수입차 판매 2위기도 해서 당초 계획을 변경했습니다.
시승이 10월말에 진행되면서 이달 4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발표한 10월 수입차 실적이 시승 영상에는 담지 못했습니다.
티구안은 10월 1089대가 판매되면서 10월 베스트셀링카에 올랐습니다.
티구안이야 예전부터 인기 모델이기는 했지만 수입차 2위에 오른 이유가 궁금해서 시승을 했습니다. 게다가 자동차 커뮤니티는 물론 인터넷 공간에서도 현대차 ‘싼타페’, 기아차 ‘쏘렌토’ 등과 많이 비교되기도 해서 더욱 관심이 갔습니다.
티구안의 외부와 내부 디자인을 봤는데 ‘심플하다’, ‘평범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예전 DS ‘E-텐스’가 프랑스 감성이 담긴 화려함이 특징이라면 티구안은 독일 특유의 실용주의가 반영됐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래도 보닛이나 측면에는 강렬한 라인이 있어서 포인트를 줬습니다.
티구안의 내부 디자인은 ‘무난하다’, 조금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올드하다’는 인상이었습니다. 좋게 말하면 쉽게 질릴 디자인은 아니구요. 예전 토요타 캠리를 시승할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내부 디자인만 보면 캠리의 경쟁 상대인 현대차 쏘나타, 기아차 K5가 훨씬 마음에 드는데, 어떤 분들은 캠리가 자동차의 기본기가 좋다고 선호하기도 합니다.
티구안의 뒷좌석에는 받침대가 있어서 자녀를 태울 때 좋을 듯 합니다. 그리고 계기판 윗부분 등 예상하지 못한 수납공간이 있는 점도 특징입니다. 파노라마 썬루프가 있었는데, 가을 멋진 경치를 좀 더 체감하기 위해 개방했습니다. 저는 썬루프를 별로 안좋아하고 차를 구매한다면 거의 제외하는 옵션인데, 가을 햇살이 들어오니 이날만큼은 만족스럽습니다.
티구안은 프리미엄, 프레스티지, 4 MOTION의 3가지 트림이 있는데, 시승 모델은 중간 트림인 프레스티지였습니다. 생각해보니 정말 오랫만에 디젤 차량을 시승해봅니다. 최근에는 전기차 라인업이 많았는데, 디젤 모델을 타보니까 확실히 강력하게 치고 나가는 게 느껴집니다. 물론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에 비해서는 떨림이라던가 소음도 훨씬 컸지만요.
시승 모델에는 2.0 TDI 엔진, 7단 DSG 변속기가 탑재됐습니다. 최고출력은 150ps, 최대토크는 34.7kg.m입니다. 제로백은 9.3초, 최고 속도는 202km/h구요. 주행을 해보니까 스티어링 휠이 굉장히 가볍습니다. 뚝섬에서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천마산 군립공원 방면으로 이동하는데 정체가 없어 속도를 내봤습니다. 다른것보다 티구안은 고속에서 안정감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고속 주행 시 차체가 떨려서 불안감이 들 때도 있지만 티구안을 시승하면서는 안정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인터페이스는 별로였지만 기능적인 면에서는 있을만한 기능은 다 있는 것 같습니다. 360도 에어리어 뷰(Area View)를 사용해봤는데, 다양한 각도에서 차량의 위치를 볼 수 있네요.
시승 차량에는 시속 160km/h까지 설정 가능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보행자가 갑자기 나타났을 때 경고 및 긴급 제동을 보조할 수 있는 보행자 모니터링 시스템(Pedestrian Monitoring)을 비롯해 트래픽 잼 어시스트(Traffic Jam Assist), 레인 어시스트(Lane Assist), 사각지대를 모니터링하는 사이드 어시스트 플러스(Side Assist Plus) 등의 기능도 탑재됐습니다. 다만 뒷좌석 중간 바닥 부분에 턱이 있어 5인승으로는 조금 불편할 듯 합니다.
티구안이 많이 팔리는 이유 중에는 ‘가격 할인’도 큰 영향을 차지한다고 봅니다. 티구안 프리미엄 가격은 4300만원인데, 폭스바겐 파이낸셜을 이용하면 최대 14%까지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면 가격은 3600만원대까지 내려옵니다.
시승 차량인 프레스티지는 현금 구매 시 7% 할인되는데 이러면 4300만원 정도죠. 싼타페 2.2 디젤 가격이 3122만~3986만원, 쏘렌토 2.2 디젤이 3024만~3887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가격 차이가 상당히 좁혀집니다.
폭스바겐이 엄청나게 압도적인 브랜드 파워를 지닌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듣보잡’도 아닙니다. 어느 정도 알려진 수입 브랜드 SUV를 4000만원 전후의 가격대로 살 수 있다는 점도 티구안의 판매량을 견인한 주요 원인이라고 판단됩니다.
티구안의 연비는 14.5km/ℓ입니다. 4륜구동인 4 MOTION은 12.8km/ℓ이구요. 시승을 마치고 연비를 체크하니 16.3km/ℓ이 나왔습니다. 저번 아테온 시승때도 17~18km/ℓ 정도였는데 폭스바겐 차량들이 연비가 잘 나오기는 합니다.
10월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올해 수입차 2위의 티구안을 시승했는데, 디젤 모델, 높은 연비를 선호하고 안정적인 승차감을 중시하는 고객들에게 잘 맞을 것 같습니다.
시승 영상도 올렸습니다. 가을 경치를 보면서 주행해서 기분도 좋고 시승하는 즐거움도 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