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클래스’를 시승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2주 동안 재택근무를 해서 그동안 촬영을 못했습니다. 시승 모델은 E350 4MATIC AMG LINE입니다. 가격은 무려 8880만원이네요.
원래 계획은 한 주 전에 볼보 S90을 시승해서 E클과 비교를 하는 것이었죠. 그러나 인생은 제 뜻, 제 계획대로 되지는 않고 요즘 워낙 코로나 확산세가 엄중하기 때문에 무리하게 시승 촬영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벤츠 E클래스는 예전부터 타보고 싶었습니다. 단연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데 ‘왜 이렇게까지 인기가 많을까?’를 알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올해는 제네시스 신형 G80을 시작으로 볼보 S90, BMW 5시리즈가 연달아 출시되면서 뜨거운 승부가 펼쳐지고 있죠.
지난해 E클은 3만8782대가 판매됐습니다. 벤츠 전체 판매의 51%를 차지했죠. 2018년도 3만5534대였는데, 생각해보니 벤츠에서 지난해 10세대 E클 모델이 국내에서 단일 브랜드 최초로 1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는 자료를 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이번 더 뉴 E클래스보다 예전 모델의 디자인이 좋습니다. 특히 더 뉴 E클의 디자인이 처음 공개됐을때는 이른바 ‘뜨아!!’를 했었구요. 실제로 보니 사진보다 실물이 나았는데, 그래도 저는 예전 모델 디자인이 좋습니다. 시승 모델을 보면서 전면 그릴하고 스티어링 휠 디자인은 적응이 잘 안됐습니다.
또한 리어 램프도 예전에는 뭉특한 형태였다면 이번에는 가로로 길어진 모습입니다. 부분변경 모델인데, 외관 디자인만 보면 완전변경 수준이네요. 차량에 탑승했더니 계기판과 디스플레이가 일렬로 이어져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벤츠 차량을 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계기판이 선명하고 깔끔합니다.
푸르스름한 바탕색에 속도계 등은 노랑, 디지털 눈금은 빨강, 그 외 녹색 등 다양한 컬로 조합이 마음에 듭니다. 센터페시아쪽 디자인은 유려하고 나파가죽 시트와 그레이 애쉬우드 트림 등도 만족스럽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인테리어 디자인만큼은(특히 엠비언트 라이트가 켜졌을 때) 경쟁 모델보다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시승 모델에는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이 탑재됐고 최고출력 299마력의 성능을 갖췄습니다. 48볼트 EQ 부스트, 즉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채택됐습니다. 가속 시 22마력까지 출력이 추가되는데 몇몇 신차에서 이런 식으로 마일드 하브를 통해 출력과 토크를 추가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주행감은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일반적으로 신차, 그것도 E클 정도면 당연히 좋겠지만 얼마전 시승했던 제네시스 G80이나 예전 BMW 520, 볼보 S90 모델보다는(이번 부분변경은 아직 시승을 못했습니다.) 부드럽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엑셀과 브레이크 페달도 아주 편하게 밟을 수 있고 응답성도 기민합니다. 스티어링 휠은 가볍고 조향감도 만족스럽구요.
하지만 단점도 보입니다. 우선 통풍 기능과 스티어링 열선 기능이 빠져있습니다. 저같이 땀이 많이 나는 체질은 통풍이 절실합니다. 게다가 요즘같이 추운 날씨에는 스티어링 열선 기능이 절실합니다. 8880만원, 즉 9000만원에 육박하는 차량인데 저 기능들이 빠진 건 굉장히(!!) 아쉽습니다.
벤츠코리아 홈페이지에 가서 옵션을 확인해봤더니 스티어링 열선은 AMG LINE만 빠져있습니다. 앞좌석 통풍의 경우 E250 익스클루시브 이상에 적용됐고 AMG LINE에서는 제외됐네요. 저는 안정적인 주행감을 선호하는 스타일이라 AMG LINE은 그렇게 끌리지 않습니다. 게다가 아방가르드를 멋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가 E클을 산다면 6450만원 E250 아방가르드를 고려해봅니다. (물론 돈이 없습니다.)
내비게이션은 개선이 됐다고 하는데 역시 불편했습니다. 제가 영상 촬영하면서 두리번 두리번하는 모습이 많았는데, 경로를 확인한 것도 한 몫을 했습니다.
벤츠 모델 중 일부 차종에서는 터치 스크린이 되지 않았었는데, 시승 차량에서는 가능합니다. 그리고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이 작동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아직까지는 엄청 편리한 기능은 아닌데, 좀 더 기술이 발달하면 운전할 때 경로확인이 편할 것 같습니다.
후진할 때 후방 카메라 화질이나 써라운드 뷰 기능도 좋았습니다. 이날 골목길 등 복잡한 시내 구간을 가야했는데 안전하고 무사하게 어려운 구간을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승하면서 벤츠 E300 등 벤츠가 엄청 보이네요. 하긴 벤츠 E클이 강남소나타가 된 지도 꽤 됐죠.
개인적으로 D세그먼트에서는 벤츠 C클래스나 BMW 3시리즈, 제네시스 G70보다 볼보 S60을 사고 싶은데 E세그먼트에서는 제가 재력만 된다면 수입 경쟁 모델보다 E클래스 아니면 제네시스 G80에 마음이 끌립니다. 돈은 없는데 아반떼, 쏘나타에서 눈만 높아지고 있네요.;;
전반적으로는 E클이 왜 인기가 있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다음에 볼보 S90이나 BMW 5시리즈 등을 시승하면 E클과 어떤 장단점이 있는가 살펴볼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할 수 있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는 시승이었습니다. 그리고 조만간 시승할 볼보 S90도 기대됩니다.
동영상도 촬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