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환경부 홈페이지에 ‘2021년 전기자동차 보급사업 보조금 업무처리지침 개정’ 행정예고가 올라왔습니다. 내용을 보니 올해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 등 다양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 중 차량 가격 6000만원 미만은 보조금 100%, 6000만원~9000만원 50%, 9000만원 초과 0% 부분이 단연 눈에 띄었습니다. 처음에는 9000만원이 넘는 전기차에 대해서는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점에 기사가 나왔죠. 그러면 테슬라 모델S, 모델X, 아우디 e-트론, 메르세데스-벤츠 EQC 등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그런데 다시 보니 6000만원~9000만원 기준이 절묘(?)하다는 생각이 드는겁니다. 테슬라 모델3의 가격을 보니 스탠다드 레인지 플러스(Standard Range Plus)는 5479만원이고 롱 레인지(Long Range)와 퍼포먼스(Performance)는 각각 6479만원, 7479만원이었습니다.
즉, 스탠다드 레인지 플러스는 보조금 100%, 롱 레인지와 퍼포먼스는 보조금 50%에 해당합니다. 이때문에 테슬라 관련 커뮤니티 등에서는 ‘테슬라 견제하는 거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는 듯 합니다. 간혹 지난해부터 테슬라 관련 결함이나 사고 뉴스가 뜨면 ‘테슬라니까 크게 다룬다’ 는 등의 반응들이 보이기도 합니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테슬라는 작년 1만1826대를 판매해 수입차 6위에 올랐는데 그 중 모델3는 1만1003대입니다. 모델3는 국내 자동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모델이면서 테슬라 판매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죠.
모델3 중에서는 롱 레인지의 인기가 높습니다. 아무래도 1회 충전 주행거리가 446km여서 스탠다드 레인지 플러스(352km)나 퍼포먼스(415km)보다 길다는 장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퍼포먼스는 가격이 비싸고 스탠다드 레인지 플러스는 다소 아쉬우니 롱 레인지를 선택하지 않을을까 추측해 봅니다.
환경부는 19일까지 전기차 보조금 개정안 내용에 대해 의견 수렴을 하고 방안을 확정지을 계획입니다. 현재 내용대로라면 테슬라는 2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퍼포먼스는 어쩔 수 없고 롱 레인지 가격을 6000만원 아래로 내리는 겁니다. 테슬라의 인기 요인으로 지난해 서울 기준 1200만원 정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점인데, 보조금이 50% 차이나면 이건 금액이 좀 큽니다.
커뮤니티 등에서는 기본 적용이 되어 있는 오토파일럿을 옵션으로 빼면 6000만원 이하로 가격이 인하될 수 있다는 의견들도 보입니다. 전기차 보조금 기준 금액은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공장도가격+개별소비세+교육세 입니다.(차량의 색상이나 FSD 등 옵션은 기준 가격에서 제외된다고 합니다.)
오토파일럿을 옵션으로 빼서 가격을 낮추고 보조금을 50%가 아닌 100%로 받고 그 돈으로 오토파일럿을 선택하는 거죠. 고객과 테슬라 모두 윈윈 전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로 보입니다. 테슬라를 구입하는데 오토파일럿이 빠진다면 앙꼬 없는 진빵이나 다를 바 없죠.
두 번째 시나리오는 가격인하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테슬라 차량은 워낙에 인기가 높다는 점을 감안한거죠. 오히려 지난해 국내에서는 가격이 올랐던 게 기억나기도 합니다.
아직 환경부 보조금 방안이 확정되지 않았고 테슬라도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힌 건 없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는 올해 다른 브랜드에서도 전기차가 출시되면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점도 있고 보다 한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