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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seilleu Oct 06. 2015

회의(會議)를 회의(懷疑)한다.

개인적으로 리더가 회의를 주재하면, 최대한 밀도 있게 핵심적인 내용을  주고받으면서 큰 틀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터넷 상에서 '회의'를 검색해보면 이 같은 이상적인 회의와는 전혀 다른 모습 때문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내가 경험한 회의를 돌이켜 봐도 정말 좋았던 회의는 리더가 참석자들에게 자유로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던 경우였다. 그걸 '난장토론'이라고 불렀는데, 발언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그걸 수용하는 과정 속에서 좋은 아이템이 나오고 이후 세부적으로 가다듬어서 기획기사로 연결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이런 회의에서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으면서 내가 몰랐던 부분도 알게 되고, 뭔가 의미 있고 남는 게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앞으로 내가 리더가 된다면 이런 식으로 구성원들이 만족감을 느끼면서 결과물도 도출되는 회의를 하고 싶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가 나에게는 훨씬 더 많았고 회의(會議)를 회의(懷疑)하게 만들었다. 


회의시간을 자기 위신을 세우거나 본인의 잘난척하는 장(場)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무리 요즘 자기 PR 시대라고 하지만, 그것도 때와 장소가 있는 것이다. 


회의의 주제나 취지와 동떨어진 쓸모없는 노가리 잡담(?)에 시간을 많이 쓰니 정작 구성원들이 회의해야 하는 시간이 부족해 지기 십상이다. 결국 제한된 시간 내에서 회의가 급하게 진행되는 '주객전도'의 현상이 벌어지는 적도 빈번했다. 


회의가 마치 책망의 장(場)으로 변모하기도 한다. 물론 심각한 경우에는 공개적인 질책이라는 충격요법도 필요하겠지만, 이건 마치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의 '훈화말씀'이나 '정신교육' 시간이 되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업무도 미루고 바쁜 시간에 회의하러 왔지 조회하러 온 게 아니다. 


보통 이런 케이스는 엄정한(?)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꼰대 마인드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회의가 아니라 탑-다운(Top-Down) 방식의 일차원적인 지시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사진출처 : https://meetmrholland.wordpress.com 이런 회의는 하지 말자. 


책임전가형 회의도 있었다. 당시 창간한 지 얼마 안된 상황이었는데, 소수의 직원들이 일당백으로 한 사람당 3~4면씩 담당했었다. 제대로 된  취재는커녕, 교열기자도 없어서 일일이 자신이 수정까지 하고, 지면에 필요한 사진을 찾으면서 마감작업을 완료하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회의 시간에 기자들이 '특종'을 안 한다고 훈계를 하는 것이다. 또 다른 사람은 기자들이 발로 뛰지 않으니 광고가 안된다는 것이다. 솔직히 하루하루 마감을 하는 것도 기적적인 일인데, 회의라는 공식 자리에서 자신들이 못한 걸 취재기자 탓으로 분위그를 몰아가는 그런 걸 회의라고 했다.


그 외에도 술 마시기 위한 회의도 있었다. 무슨 말인가 하면 회의는 한 5분 정도 형식상으로 하고, 회식하러 고고싱 하는 것이다. 즉, 명목은 회의지만, 사실상 술자리에 사람을 모객(?)하는 합법적인 사전절차 였던 것이다.


참석자들이 바쁜 업무 놔두고 귀한 시간 내서 회의에 참석하는데, 리더는 충실한 회의, 내실 있는 회의, 남는 게 도출되는 그런 회의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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