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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seilleu May 28. 2021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입 문제, 이제는 결론내야

현대차그룹 등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과 관련해 완성차-중고차 업계 간 대립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중고차 시장에 진출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고 싶을 것입니다. 반면, 중고차 업계는 대기업이 진입한다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할 것입니다. 


국내 중고차 매매업은 지난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습니다. 그러다가  2019년 2월 기한이 만료됐고 중고차 업계가 재지정을 신청한 상황입니다. 당초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 기한은 작년 5월입니다. 그러니까 1년이 되도록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 장안평 중고차시장에 주차된 중고차 모습.


타 매체 자동차 기자들과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인터넷 댓글을 보면 현대차를 비판하는 내용이 매우 많다. 그런데 현대차가 욕을 안 먹는 기사가 가끔 있는데 중고차 관련 내용일 때다.


정부와 완성차업계, 중고차업계는 다음달 ‘자동차산업발전회’(가칭)를 출범시켜 대화에 나설 예정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별 기대는 되지 않습니다. 


이미 올해 2월 정부가 ‘중고차상생협력위원회’를 출범하려 했지만 중고차 업계가 발족식 전날 불참을 통보했었죠. 하지만 불참을 안했어도 서로 고성이 오가면서 갈등만 깊어졌지 결론을 내지는 못했을 겁니다. 양쪽 모두 큰 이해관계가 걸려있는데, 대화한다고 쉽게 풀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현대차가 중고차 기사에서 욕을 안 먹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중고차 업계가 더 많은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허위 또는 미끼 매물, 강압적인 판매, 주행거리 조작 등등 해묵은 낙후된 관행들이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점이 반영됐겠죠. 


중고차 업계는 대기업의 독점현상을 우려하며 시장 진입에 반대하고 있다. 사진/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교통연대가 4월12일부터 진행한 ‘중고차시장 완전 개방 촉구’ 온라인 서명운동 사이트에 가봤습니다. 28일 기준으로 무려 10만2791명이 참여를 했습니다. 그만큼 중고차 업계에 대한 반감이 높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생계형 업종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자기들보다 더 약한 수급자를 등쳐먹는 일이 없도록 시장 경쟁이 필요합니다’, ‘대기업도 허용해 소비자가 마음놓고 선택한 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개방합시다’ 는 등의 댓글도 보입니다. 


게다가 얼마 전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면서 중고차 업계는 더욱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한 60대 남성은 올해 2월 300만원으로 중고 화물차를 구매하려고 인천 서구 간석매매단지를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딜러들은 핸드폰과 면허증을 뺏었고 이 분은 결국 200만원짜리 차를 대출 끼고 700만원에 구매를 해야했습니다.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사안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올라왔습니다. 


교통연대가 진행하고 있는 '중고차시장 완전 개방 촉구' 온라인 서명에는 28일까지 10만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지난달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중고차 시장에 대한 인식을 묻는 질문에 79.9%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습니다. 아마 중고차 시장의 인식은 좋은 중고차 매물을 사려고 가면 그 매물은 없고 험상궂은 사람들이 다른 차를 사기를 강요하고 때로는 폭행, 감금을 당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내용이 많을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기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이렇게까지 시간을 끌 일이냐는 것이죠. 중고차 업계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 심지어는 ‘표 떨어질까봐 그러냐’ 등의 시각도 있습니다.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고 청와대 청원도 등장했다. 


중기부에서도 이 문제와 관련해 욕을 먹는 건 아는 것 같습니다. 권칠승 장관은 얼마전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비판을 받는 건 당연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생계가 걸려 있어 형식과 절차만을 따질 수 없었다. 양쪽이 상생하는 방안으로 해결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시간을 끌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그리고 설령 대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더라도 중고차 업계의 관행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은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런 노력도 없이 시간만 질질 끄는 건 ‘책임지기 싫다’는 것으로 해석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중고차 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소비자 편의가 언제까지 무시되어야 하는건지, 안타까운 사건이 계속 발생해야 하는건지, 이제는 진출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야 하는 것 아닌지 등등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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