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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seilleu Oct 18. 2015

육필(肉筆)의 추억, 기자는 항상 노력해야 한다

모 회사 인턴 기자로  입사했을 때 선배 기자는 인턴기자들에게 육필(肉筆)을 지시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하루에 기획기사 1개, 스트레이트 기사 1개씩 공책에 적으라는 거였고, 인턴들은 일주일에 한 번(보통 전체회의가 있는 월요일) 그 선배한테 제대로 육필을 했는지 공책을 들고가서 검사를 받아야 했다. 


중고등학교 때 '깜지'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그 선배의 지론을 육필을 하면서 좋은 기사체를 빨리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이었고, 나도 그 생각에 공감해서 지금도 가끔(자주는 못하지만) 좋은 기사 있으면 적으면서 배우고 있다. 


그런데 당시에는 업무도 바쁘고, 시키는 일도 많고, 나의 게으름 등으로 육필을 정성껏 하지 못하고 과제를 때우기 위해 급히 분량만 채웠었다. 




흔히 기자들은 '기사로 승부한다'는 말을 한다. 때로는 그 말이 너무 쉽게 나오는 경향도 있는데, 기사로 승부하려면 개인적인 노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한 선배 기자를 통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선배는 데스크에서 고쳐주는 내용과 자신이 원래 작성했던 기사내용을 매일 분석비교했다. 그런 노력이 쌓이다 보니까 '기사 작성 실력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내가 봐도 '저 선배 잘쓰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과였고, 현재 유명 매체에서 활약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전북중앙신문


나는 개인적으로 육필도 기자들의 실력 향상에 좋다고 생각한다. 


단, 그냥 펜으로 생각 없이 끄적이는 게 아니라 기사 구성이나 내용의 전개를 어떻게 했는가, 리드문은 어떻게 풀어 냈는가,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좋은 표현인가 등을 생각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신문기사 외에 소설이나 수필, 시집 등 다양한 책을 읽으라는 조언을 들은 적도 있다. 내 경험으로는 노력을 하지 않을 때 매번 쓰는 표현이나 단어만 사용하면서 한계가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표현의 폭을 넓히려면 다양한 종류의 글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자신이 맡은 분야의 다른 매체 기사를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내 분야에서의 쟁점은 무엇이고, 그들은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보는지,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제목은 어떻게 잡았는지 등을 보면서 장점만 흡수하는 것도 기사실력 향상에 좋다고 본다. 



이쯤 돼서 나올만한 말이 있다. 그런 너님은 잘하느냐?  솔직히 그렇지 못하다. 그러나 위에 열거된 것만 충실하게 해도 일정 수준 이상 기자로서의 실력은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도 노력해야겠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노력하지 않으면 기사가 늘지 않고, 오히려 퇴보할 수 있다. 그러다가 연차에 맞지 않은 기사실력으로 곤란을 겪을 수 있다. 


예전에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귀찮다고 윗선 몰래 후배들한테 기사대필을 시키거나, 타 매체 기사를 복사해서 붙였는데, 이게 쌓이다 보니 본인이 직접 취재해서 기획기사로 작성하는 그 자체를 못하는 극단적인 사례도 봤는데, 나는 저런 부류가 될 생각이 없다. 


나도 제대로 못하고 있지만, 훌륭한 기사를 쓰려면 그만큼 노력이 쌓여야 하며, 그 노력은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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