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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seilleu Oct 31. 2015

출입처를 옮기면서 느끼는 감정

몇 개월 전 금융감독원에서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전출 기자 환송회'를 한 적이 있었다. 


수년간 금감원을 담당했다가 출입처를 옮기거나 올해 옮긴 선배 기자 6명 정도가 선정됐고, 테이블 당 1명씩 자리에 앉았다. 


해당 선배 기자들은 감사패(?)를 받은 후에 소감을 말했는데,  그중 한 분은


"다른 출입처로 옮기니까 바로 잊혀져서(?) 아쉬웠는데, 금감원에서는 그래도 생각해주고 이런 자리를 마련해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말을 했다. 


나를 비롯해 그날 참석한 기자들은 출입 경력을 더 쌓아나가고, 양질의 기사를 쓰면서 나중에 저 자리에 서야겠다는 생각들을 했을 텐데, 나는 위의 저 말이 기억에 남았다. 



기자는 직업의 특성 상 사람을 많이 만난다. (물론 집이나 기자실 틀어 박히는 부류도 있지만) 


특히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게 되는데, 통상의 언론 매체는 출입처 제도를 운영하기 때문에 일정 기간이 지나면 출입처가 바뀌게 된다. 


최근에는 업계 전반적으로 그 교체 주기가 빠르다는 말도 많다. 


나도 과거 대학 분야를 담당하다가 아예 회사를 그만두면서 위에서 말한 그 선배 기자의 심정을 느낀 적이 있다. 

나는 나름 최선을 다해서 때로는 진정성을 보이면서 친밀한 관계를 이뤄나갔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비즈니스 

상의 만남이었고 관계가 끊어진 것이 마치 버려진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물론 홍보팀 직원의 경우 워낙 상대해야 하는 언론 매체도 많고, 그 많은 업무 속에서 나 같은 전관(前官) 출입처 기자까지 염두에 둔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또 그럴 의무도 없지만, 출입처가 바뀔 때마다 그동안 쌓아온 게 한꺼번에 무너지는 그런 느낌을 받는다.


하긴 내가 그 매체의 '기자'니까 업무 상 만난 거고, 기자의 주 업무가 친교(親交)를 나누는 게 아니라는 생각은 든다. 그런데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인데, 끝까지 남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또 다른 생각도 드는 것이다. 



출처 : 한국경제 매거진


지난해에는 금융권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1월에는 카드사의 고객정보유출 사건이 있었고, 7월 이후에는 KB금융지주 회장과 국민은행장 간 갈등이 폭발한 KB사태, 하나금융지주가 하나은행-외환은행의 합병시기를 2년 먼저 앞당기겠다는 발표로 촉발된 하나지주와 외환은행 노조 간 갈등이 있었다. 


특히 이 사안들은 국정감사에 까지 이어지면서 몇몇 인사들은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나도 지난해 금융 분야를 담당하면서 해당 회사의 홍보팀, 노조 등 관계자들과 수많은 통화와 대면 대화를 나눴다. (물론 기사나 취재를 놓고 이견이 있을 때도 있었지만)

그런 큰 사건으로 인해 홍보팀에서는 비상이었고, 취재하면서 고충들을 많이 듣기도 했다. 


금감원 제재심이 늦게 끝나서 밤새 대기하다가 집에도 못 가고 그 다음날 조간을 체크한 경우도 있었고, 기자들이 집중적인 취재에 난감해하는 사례도 봤다. 노사 간 갈등에 있어서도  서로 입장은 이해하는데, 조직인으로서 어쩔 수 없이 대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하소연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내가 회사를 옮기고 출입처도 금융 쪽을 떠나게 되니까 심리적으로 굉장히 멀어졌다고 느낀다.

거기다가 최근에는 내가 알던 몇몇 홍보팀 분들도 지점으로 발령 났다는 소식이 들린다. 오랜만에 전화했더니 이미 지점으로 옮긴 분도 있다. 


업무에 감성적인 부분이 너무 크면 안되는데, 기자들도 사람인 이상 출입처의 변동으로 기존의 인연들이 끊어지거나 이전과 같지 않을 때 감정의 소모가 있는 것 같다.


가끔은 출입처 변동으로 관계가 소원해지는 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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