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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seilleu Nov 07. 2015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헬 직장문화

<한국인은 미쳤다> 책을 읽고 든 생각

얼마 전 <한국인은 미쳤다>라는 책을 봤다. 저자는 2003년부터 10년간 LG전자 프랑스 법인장을 역임했던 에리크 쉬르데주 라는  프랑스인이다. 


오죽했으면 전 직장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책을 썼을까 생각도 드는데,  책의 내용을 보면 '정말 심하다' 싶은 장면들이 꽤 있었다.

 그런데 한국인이 미쳤다기 보다는 미친 직장문화로 미쳐가고 있는 게 좀 더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지나친 성과주의와  사회 전반적인 '까라면 까'로 대표되는 군대문화, 나이로 밀어붙이는 '나이니즘(Age-ism), 보여주기 식 업무, 비효율적인 야근문화 등 비합리적인 직장문화에 일침을 가했다는 게 이 책의 전반적인 평가인  듯하다. 


그러면서 예전 내가 경험했던 비슷한 종류의 일들이 떠올랐다.




나도 첫 직장 때가 생각난다. 내 경력으로 쓸 수도 없을 만큼 듣보잡 회사에 다녔었는데, 이 회사에서는 휴가라는 게 없었다. 수 개월이 흐르고 직원들이 휴가를 요청했고, 사장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한 마디로 '기자는 24시간 기사를 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며, 출퇴근이 어디 있느냐'는 것이었다. 물론 자신의 출입처나 출입 분야에서 기사거리가 있으면 당연히 기사 작성을 하는 게 맞다. 


그런데 이걸 가지고 휴가를 아예 부여하지 않거나 출퇴근을 압박하는 걸로 악용을 하는 것이었다. 

24시간 업무 준비를 사장이 강조하는 판국에 휴가를 줄 생각은 없어보였다. 


그렇다고 무슨 대단한 언론사도 아니었고 인터뷰를 한 후 기사게재를 조건으로 책을 판매하는 그런 일을 시키는 회사였다. 


내가 찍은 사진. 정말 그는 기상천외한 10년을 보낸 것 같다. 

 내가 경험하면서 질(質)이 좋지 않은 회사들은 야근이 많았다. 경험을 해보니까 많을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구조가 있다. 


일단, 꼰대들이 아랫사람이 먼저 퇴근하는 꼴을 못 본다. 일이 빨리 끝나면 정시에 퇴근하는 경우도 좀 있어야 하는데 '선배가 퇴근을 안 했는데, 개념 없이 어디 후배가 먼저 가느냐' 이런 식이다. 


여기에 그 꼰대가 술을 좋아하거나, 가정 문제 등으로 집에 일찍 들어가지 않는 스타일이면 '야근+술  회식'이라는 헬 콤보(Hell Combo)로 이어진다. 


또한 업무를 빨리 마치면 다른 업무를 지시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렇다 보니 직원들이 일을 빨리 하지 않는다. 어차피 빨리 해봐야 다른 사람 업무를 떠맡으니까 남 좋은 일 하느니 이런저런 핑계대면서 시간을 질질 끌게 되는 것이다.


즉, 업무 시간은 많지만 실질적인 일의 진도는 느린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필요한 경우 야근을 해야 하겠지만, 야근을 마치 회사 충성도의 척도로 판단하는 꼰대들이 있는 한 비생산적인 야근 쌩쑈는 없어지기 힘들다.



월급을 주지 않으면서 직원을 통제하는 경우도 있었다. 회사 경영상황이 어려워서 그랬다면 모를까 직원들의 기를 꺾기 위해 일부러 주지 않았던 것이다. 


월급 체불로 대출을 받는 동료도 있었고, 나도 두 달 정도 월급을 받지 못하면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 


처음에는 '계약서를 아직 안 써서 지급이 안됐다'고 하더니, 계약서를 쓰러 갔더니 경영진이 자리를 비웠다고 했는데, 슬슬 '밥값을 하지 않으니 어떻게 돈을 줄 수 있겠느냐' 식으로 말을 하는 것이다. 


애초에 그렇게 말을 했으면 그 회사로 옮기지 않았을 텐데, 월급 갖고 장난치면서 슬슬 회사에 종속시키고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런다고 회사에 충성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회사를 옮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참고로 그 회사를 그만뒀는데도 밀렸던 월급을 지급하지 않아 노동부에 진정을 냈다. 그 회사는 출석시간 1시간 여를 앞두고 나하고 접촉을 시도했지만 내가 전화를 받지 않자, 노동부에 먼저 가서 월급 지급을 약속했고 결국 받아 냈다.)


출처 : http://uxd-trend.tistory.com/51




내 경험도 그렇고 이직하게 되는 대부분의 경우는 사람과의 갈등에서 비롯된다. 특히 선배, 사수와의 트러블로 나도 2번 정도 옮겼고, 주위에서 그런 사례를 너무나도 많이 봤다


예전 직장에서 한 선배 기자는 '양아치'라는 소문이 많았는데, 정말 명불허전(?)이었다. 심지어 내가 타 회사에 있었을 때 나한테 전화하더니 "당장 튀어와"라고 하는 것이다. 


그 선배는 술을 정말 많이 좋아하는데, 회식이 주 1회에서 점점 많아지더니 주 3~4회로 늘어났다. 술자리는 후배들 발언권도 거의 주지 않고, 본인의 자랑이나 늘어 놓는 시간이었고, 가끔은 1/n으로 돈을 내자고도 했다. 


얼마나 진상을 부렸으면 모 업체 홍보팀과 회식을 하던 중 그의 지나친 행동을 보다 못한 홍보실장이 그의 빰을 때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런데 '오죽하면 그랬겠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으니... 


그 인간 때문에 건강은 나빠지고, 에 택시비에 회식비 등 경제적인 지출도 상당해졌다. 그러다가 술자리에서 내 머리를 3~4차례 때리는 것이다. 


어차피 타 회사로 옮기기로 돼있기도 했고, 도저히 그 회사 다니기 싫어서(위에 월급 체불한 회사였음) 사표를  내는데, 그는마지막 순간에도 "선배가 때릴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말을 하는 것이다. 


잘못된 선후배관(觀)을 갖고 있으니, 내가 그만둔 후에도 비슷한 일이 또 있어서 반복되서 또 직원들이 그만두고, 그의 곁에는 후배들이 남지 않는 것이다. 그 이유를 그 사람 혼자 모르고 있는데, 업계 내에서 '블랙리스트'에 등재되면서 홍보팀에서도 그와의 만남을 피한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그동안 고도의 경제성장을 해오다가 정체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로는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패러다임을 이끌어 가는 창조성이 필요한데, 군대식 문화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점도 있을 것이다. 


일부 대기업은 실적이 악화되자 직원들 주말출근을 시키지를 않나, 정신교육을 하던데, 경영을 제대로 하지 않고 직원만 쪼아대면 되는 줄 아는 듯 하다. 전형적인 보여주기, 쇼잉(showing) 경영인 것이다. 


회사의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고 점점 인재영입이 중요해지고 있는데, 옛날식으로 밀어붙이니 젊은 층들에서 반감을 갖는 것 같다. 


최근에는 돈 보다는 개인의 성취나 자아실현을 위한 선택도 많이 하는데, 현재의 헬 직장문화의 개선이 없다면 우리나라의 도약은 그만큼 힘들어 질 것으로 보인다. 


직원들도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회사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회사도 직원들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더 좋은 업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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