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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seilleu Nov 13. 2015

수능의 추억, 그리고 인생이란?

1999년 11월 17일. 이 날은 내가 수능시험을 봤던 날이었다. 무려 16년 전의 일이다. 


그때를 생각해보니까 긴장이 되기도 하면서도 중학생 시절부터 말로만 듣던 '수능'을 내가 정말로 보게 되는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 


고1,2 때는 고3 선배들 수능시험날 응원했던 기억이 나는데, 후배들이 응원하는 걸 보며 '이게 수능인가' 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영어듣기 평가에서 좀 많이 틀린 것 말고는 내 실력 기준으로 어느 정도 선방했다. 당시에는 '특차'라는 제도가 있었고, 내가 지원했던 '학교장 추천전형'은 수능 100% 반영하는데, 이걸 붙으면 정시 지원이 불가능했다. 


그 전형을 사람들이 잘 몰랐는지 경쟁률이 거의 1:1에 가까웠던 행운이 작용하면서, 나는 수능성적표 받고 불과 일주일 후에 내가 선망하던 H대에 입학할 수 있었다. 


단 한 번 지원해서 원하던 곳에 한 번에 합격하면서 앞으로의 인생은 순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 교육현실 상 대입이라는 관문에서 일단 희비가 엇갈린다. 나는 내 실력이나 공부량에 비해 진학을 잘 한 것에 속했지만 친구들 중 재수를 하거나, 하향 지원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취업'이라는 관문에서 또 희비가 엇갈렸고, 나는 취업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반면에 나보다 '한 수 아래'로 여겼던 친구들은 대입의 실패를 경험 삼아 충실하게 준비해서 취업 경쟁력을 키웠고, 하나둘씩 좋은 회사에 취업하기 시작했다. 


나는 140학점 중 3학년 2학기까지 92학점 밖에 이수를 하지 못했다. 1학년때 학점을 말아먹고, 이걸 2학년때 채우고, 이른바 웃돌 빼서 아랫돌 채우는 식의 악순환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보통 4학년 1학기때부터 슬슬 취준활동에 돌입해서 2학기때 본격적인 승부를 걸고 결실을 맺는 모습에 비해 나는 4학년때 무려 48학점을 이수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렇다고 학점도 좋은 게 아니라서 지원서를 작성할 때 학점을 쓰는 란을 채우면서 '아! 내가 왜 대학시절에 노력을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를 많이 했다. 


이런 식으로 어느 레벨의 회사에 입사했느냐에 따라 또다시 희비가 엇갈렸고, 나는 고개를 푹 숙이며 인생의 쓴 맛을 봐야 했다. 대학 시절 내 경쟁력을 키우지 못하면서 냉혹한 현실을 마주해야 했던 것이다. 

출처 : 나무위키. 정대만은 능남과의 도내 예선 마지막 경기 후반, 체력이 다하면서 교체된다. 부상 이후 방황하면서 공백기를 가졌던 걸 후회하는 모습.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낀 건 취업을 잘했다고 또 성공적인 인생이 보장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단 대입은 고딩 시절, 취업은 대딩 시절 노력의 결실이라면, 사회생활은 사회인으로서 얼마나 노력하는지에 따라 또 희비가 엇갈리는 걸 알게 된다. 


내가 취준활동을 하던 당시 잘 나가던 기업 중에서 법정관리에 들어서면서 구조조정을 당하거나, 회사가 망해버리는 등 본인의 능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외적 변수로 또 엇갈리는 케이스도 있었다. 


또한 내 또래에서는 결혼을 했느냐의 여부, 결혼 생활이 행복한지에 따라서도 희비가 엇갈리는 것 같다.


나보다 선배 세대와 대화를 하면 나이가 40이 넘으면 대기업의 경우 구조조정의 대상에 들어서면서, 50세 이후에는 자녀들이 어느 대학에 입학하고, 어느 회사에 취업했는지로 또 희비가 갈린다고 한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까 나도 오랜 세월을 살지는 않았지만 결국 '인생은 마라톤'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 순간 잘 나간다고 그게 끝까지 유지되는 것도 아니고, 얼마든지 새옹지마, 와신상담의 상황이 벌어지면서 인생의 행로(行路)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인생에서 대학 간판이 매우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전부는 아니며, 결국 이후 어떤 노력을 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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