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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seilleu Nov 15. 2015

나도 신뢰받는 기자가 되고 싶다

<권석천의 시시각각> 칼럼 열풍을 보고 느끼다

나도 현재 '기자'라는 직업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기자의 이미지는 '객관적이고 팩트를 전달하는 믿을만한 사람'에서 '기레기', '갑질'로 대표되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굉장히 많아졌다.  


신뢰는커녕 욕이나 안 먹으면 다행일 때도 있고, 때로는 강한 질타의 대상으로 전락한  듯하다.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관련 기사 댓글을 보면 '그런 기사는 나도 쓰겠다' 이런 반응이 많고, 업계 홍보성 기사로 느껴지면 '저 기자  입금받고 기사 썼구먼' 하는 댓글이 달린다. (물론 입금이 의심되는 기사들도 많지만...)


물론 언론이 자초한 면도 많다. 팩트를 왜곡해 자신들의 논조에 억지로 껴 맞추기도 하고 '충격', '헉 이럴 수가', '핫바디' 등등 원색적인 제목이 있는 기사를 보면 민망할 때도 많다.




나도 기자생활을 하면서 구악(舊惡)을 일삼는 각종 '기레기'들을 많이 봤다. 


일례를 들면 출입처에 부정적인 기사를 게재하기 전에 출력해 가거나 팩스를 보내 해당 기업 홍보팀과 쇼부를 치는 경우도 있었고, 대놓고 고(高)강도 접대를 요구하는 기자도 있었다. 


어떤 유명 매체 고참기자는 아예 기자실의 한 자리에 상주하면서 홍보팀 직원을 마치 부하처럼  심부름시키는 것도 있었고, 여직원을 상대로 찝적대거나 무리한 작업을 하는 기자도 있었다. 


일부러 CEO를 까는 기사를 쓰고 사진도 CEO 사진을 크게 박아버리는 양아치도 봤었고, 후배들을 때리거나 욕설을 하면서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권리라고 생각하는 쓰레기들도 봤었다. 


그런데 저런 쓰레기들이 있는 건 업계 용어로 '회사에 돈을 잘 끌어(혹은 땡겨) 온다'는 이유로 사측에서 묵인하기게 대다수다. 


이런 현실도 기자, 언론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빈축을 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에 내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권석천 중앙일보 사회부장이 쓴 <권석천의 시시각각> 칼럼을 링크한 포스팅이 많아졌다. 


워낙에 극찬이 많아서 나도 그 칼럼을 봤는데, (감히 나보다 훨씬 업계 선배인 분을 평하기 송구스럽지만) 전반적으로 깊은 통찰이 느껴졌고, 과감하고 탁월한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기레기, 갑질 등 기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은 분위기에서 '아, 저 기자가 쓴 칼럼은 믿고 읽어볼 만한다', '저 칼럼은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만 하다' 라는 평가를 받는 건 굉장히 대단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 입장이라면 내가 하는 일에 보람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기자들 사이에서도 그 칼럼을 유심히 보면서 배울 점을 찾거나, 권석천 부장을 자신의 롤모델로 삼는 기자도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얼마나 어뷰징 기사, 낚시성 기사, 어디서 본 듯한 우라까이한 기사, 구라 기사가 많았으면, 통찰력이 뛰어난 칼럼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할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앞으로 기자생활 중 내 목표는 탁월한 인사이트를 담아 독자들이 내 기사를 무조건 믿고 볼 수 있을 만큼 진실성과 신뢰성을 담보하고, 내가 다음에 어떤 기사를 쓸지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저 그런 기자, 기레기가 아닌, 신뢰받는 기자가 될 수 있도록 치열하게 노력해야 겠다. 또 그게 나한테 의미 있는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길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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