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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seilleu Nov 18. 2015

기자는 하루살이 인생이다.

오늘도 긴 하루가 끝났다. 생각하면 할수록 일간지 기자는 '하루살이'의 인생을 사는 것 같다. 

당일날 취재할 아이템을 발제하고,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일련의 과정이 하루에 끝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일상은 다음날 반복된다. 


말은 쉬운데, 그 과정을 따지면 쉽지 않음을 '매일' 느끼게 된다. 


일단 기자들은 발제가 가장 어렵다고 한다. 매체마다 기준은 다르겠지만, 발제의 기준은 타 매체에서 다루지 않은 독창적인 내용이거나, 타 매체에서 다뤘지만 다른 관점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주제여야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내 자신조차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템이면 여지 없이 지적이 들어온다. 하루의 시작이 편하려면 일단 스무스하게 통과할 수 있는 발제가 필수다. 


내 생각에 전체 업무 중 발제가 70~8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다. 

하여튼 내 주변 기자들하고 대화를 나눠보면 발제 스트레스가 가장 크고, 부담스러워 한다. 


여기서 끝나느냐? 취재를 해야 하는데, 보통은 A라는 취재원과 통화가 안되더라도 B나 C하고 연락하면 되는 경우가 많지만, 반드시 특정인에게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그 특정인이 회의에 들어가거나 심지어 외국에 나가거나 병원에 입원하는 등 나와 원활하게 컨택이 되지 않으면 그야말로 '비상상황'이다. 대부분 일간자의 경우 마감이 3시 전후일 텐데, 이때까지 연락이 안되면 슬슬 식은땀이 흐른다. 

사진출처 : 디지털타임즈. (내가 나온 장면 아님)

간혹, 금융당국에서 중요한 발표를 해서 발제를 했는데, 발표가 늦어져서 2시에 할게 3시에 한다. 이러면 또 미치는 거고, 미친듯이 기사를 써야 한다. 그때는 내 집중력의 최고조로 올라가는 데 별로 하고 싶지는 않은 경험이다. 


그렇다고 나의 마감을 위해 발표시간을 빨리 하라고 할 수도 없는 것 아닌가 ㅎㅎ 물론, 빨리 하지도 않겠지만.


발제와 취재가 끝나도 마감을 해야 하는 결정적인 단계가 남아있다. 발제와 취재가 원활하면 통상 기사작성도 무난하게 되는데, 간혹 내용의 전개가 되지 않거나, 머리로는 내용이 떠오르는데 글로는 표현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데드라인은 다가 오는데, 진전이 없을 때 정말 긴장감이 느껴지는데, 과거 내가 담배피던 시절에는 담배를 피면서 마음을 수습하고, 마감을 위한 전의(戰意)를 불태울 때도 있었다. 

(담배를 펴야 기사가 잘 써진다는 기자도 있다.)


간혹 그래프나 표, 사진이 필요할 때도 있는데, 내가 활용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서도 사진이 없을 때 가까운 거리면 직접 사진을 찍어다가 올린 적도 있었다. 


하여튼, 신문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해당 기자는 자신이 담당한 기사를 무조건 작성해야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조금 늦어지는 정도야 위에서 너그럽게 넘어갈 수 있지만, 심대(?)하게 늦어질 경우에는 아니나 다를까 윗선의 전화가 온다. 그럴때는 반드시 마감이 지체된 상황에 대한 과오를 순순히 인정하고 마감 예상시간에 대해서 확답을 해야 그나마 평화롭게 통화가 끝날 수 있다. 


천신만고 끝에 데스킹과 편집작업까지 완료되면 지면 제작에서의 과정은 끝나게 된다. 

그러나 이는 '또 다른 시작'으로 이어진다. 한숨 좀 돌리고 내일 할 발제 거리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감까지 에너지를 지나치게 소모해서 번아웃이 될 경우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날도 힘들었지만, 그 다음날 발제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으면  또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 http://www.ibric.org/myboard/skin/news1/print.php?id=227293&Board=news 이게 하루살이라고 한다.

과거 타 매체 기자들과 기자실에서 도시락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때 한 기자는 "기자는 하루살이 인생 같아요."라고 했는데, 다들 웃으면서도 뭔가 씁쓸한 표정을 짓는 것이다. 


그 기자가 어떤 의미에서 그 말을 했는지 알기 때문이다. 마치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발제-취재-마감이라는 사이클을 매일 반복하기 때문이며, 그 과정에는 인고의 고통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오늘도 퇴근 직전 타사 기자와 대화를 하는데 정말 내일 할 발제 거리가 없어 걱정된다는 소리를 한다. 

그러나 나도 알고, 그 기자도 안다. 어떻게 해서든 둘 다 내일 발제를 할 것이고, 마감을 할 것이라는 걸. 


나도 내일 발제를 위한 '비장의 카드'를 준비했는데, 핵심자료가 하루 늦춰진다고 한다. 

물론 내일이 아닌 '모레' 발제는 걱정이 없겠지만 나는 내일 할 거리를 급조(急造)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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