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rseilleu Nov 20. 2015

적응이란 늘 어렵고 부담스럽다.

새로운 환경으로 옮겨야 할 때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미지의 영역으로 간다는 기대감을 느낀다. 또한 동시에 그곳에 '적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다가온다.


얼마 전 내가 다니는 헬스장(건물 9~10층 위치)이 경쟁 헬스장(1층 위치)과 합병을 한다. 그래서 내가 있던 곳은 당분간 리모델링을 해야 해서 1층으로 가야 한다고 한다. 


갑자기 새로운 곳에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왠지 모를 부담감이 엄습했다. 



본능적으로 적응이라는 걸 꺼리게 된다. 군 입대, 회사 입사 및 이직과 같은 거대한 영역에서 스마트폰 교체 같은 일상의 작은 변화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적응'은 '시행착오'를 필요로 한다. 


실수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익숙해지지만 그 과정이 유쾌하지는 않기에 썩 내키지 않는 것이다. 군대와 같이 언어적, 물리적 압박(?)을 통해 강제적응 시키는 곳도 있다. 


과거 갤럭시S2에서 아이폰5로 바꾸고 나서 가장 적응이 안됐던 것은 'back' 버튼이 없는 것과 이이튠즈 기반을 활용하는 것이었고 한동안 적응기간을 거쳐야 했다. (아이튠즈는 아직도 잘 몰라서 아예 대체 프로그램 쓴다.)


회사 입사와 이직 같이 새로운 조직의 일원으로 들어가는 것은 참 힘들다. 


모 전문지에 입사해서 인턴으로 있을 때 회사 사무실에서 3개월 정도 있었는데, 자리에 멀뚱멀뚱 앉아 있는 것도 고역이었다. 인턴이라고 한 일주일은 일도 시키지 않는데, 참 가시방석에 앉은 것 같이 뻘쭘했다. 

(물론 아무 일도 안 시킬 때다 좋은 시절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지만)


5개월 전에는 이직했었는데, 입사 후 2주 동안은 집에 가서 끙끙 앓아 누워야 했다. 


하루하루 업무도 쉽지 않은데,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문화를 접하고,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면서 익히는 과정에서 정신적인 소모가 컸던 것 같다. 


혹시 내가 배운 대로 제대로 한 건가 프로세스를 점검해보면서 업무의 진척이 느릴 때도 있었고, 최근 이직했을 때는 거의 경험해보지 못했던 분야였기에 더욱 '적응'이라는 게 필요했다. 


지나고 나면 그 과정이 그렇게 어려웠나 싶기도 한데, 당시는 적응이라는 화두가 절박했던 것 같다. 불과 5개월 전의 일인데 말이다. 

적응할 때는 마치 주위가 뿌연 것처럼 막막함이 느껴진다. 

'적응'이라는 화두를 꺼내니 '기자실'이 생각난다. 


나는 몇몇 언론매체를 거치면서 선배들의 도움보다는 내가 스스로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출입처 기자실도 직접 스스로 뚫어야 했다. 


규모가 있는 매체였으면 선배 기자가 홍보담당 직원과 인사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하겠지만, 나는 그 직원이 누구인지, 출입기자 등록은 어떻게 해야 하며, 기자실은 어디에 있는지를 스스로 알아야 했다. 


또  기자실마다 분위기나 시설도 다르다. 등록된 기자들에게만 출입카드를 주는 곳, 벨을 누르면 안내하는 곳,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곳, 경비직원을 거쳐야 하는 곳 등등 다 다른 것이다. 


기자실 전화이용도 '0'번을 눌러야 하는 곳이 있고 '9'번, '7'번을 눌러야 하는 데도 있다. 화장실 가려면 공용카드를 갖고 나가야 해서 누군가 그 카드 쓰면 기자실을 나갈 수는 있지만 들어올 수 없는 곳도 있다. 세세하게 따지면 다른 부분이 많고, 그걸 직접 부딪혀서 경험해야 했다. 


당시에는 그런 걸 일일히 경험하면서 체득하는 게 부담스러웠고, 소모적인 과정인 것 같아 불만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가 한 단계 발전하려면 결국 미지의 영역에 도전(?)해야 하고 그 과정을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적응이나 시행착오가 무섭다고 현실에 안주하면 그건 퇴보를 가져올 수 있고, 내가 인생을 살면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물론 적응은 항상 쉽지 않지만...








 









매거진의 이전글 기자는 하루살이 인생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