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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seilleu Nov 29. 2015

회식때 직원들을 감시했던 프락치

얼마 전 지인과 술자리를 가졌는데 이런 말을 들었다.

"후배직원 중 한 명을 프락치로 의심하고 있었는데, 심증이 확실해졌다"고 하는 것이다.


그 지인의 말을 들어보니 낙하산으로 온 임원이 직원들을 부르더니

"내 주위에 안테나가 많으니까 내 욕하고 다니지 말어" 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그 낙하산이 직원들끼리 개인적으로 했던 카톡 내용을 언급했다면서, 평소 의심하던 사람이 밀고했다는 정황이  확실해졌다고 토로했다.


그 사건 전후로 나는 그 지인과 만날 때 그 지인의 직장 주변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약속을 잡고 있다. 주변에서는 안테나들이 대화 내용을 윗선에 보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프락치가 누군지 간파되면 사람들이 조심하면서 원했던 효과를 거둘 수 없게 된다.

사진출처 : http://www.carcollect.co.kr/ab-76453-9

과거 회사에서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가 있었다. 그리고 그 라인 중 한 명(이하 A라 칭함)은 회사에서 알현(謁見)하기가 힘들었다. 차장이었던 그녀는 부장급보다도 높은 연봉이 책정되는 등 라인의 핵심 오른팔로 악명을 떨쳤다.


다른 날은 몰라도 일요일날은 다음날 월요일 자 신문을 만들기 위해 직원들이 사무실로 다 출근하는데, A만큼은 출입처에 가는 특혜(라고 쓰고 재택근무라 읽는다)를 받았다. 그래서 2주에 한 번 하는 전체 회의에서만 볼 수 있었다.


A는 당시 금융 쪽이 출입처였는데, 출입기자 등록이 되어 있지 않거나 해당 홍보실에서 A가 누군지도 모르는 반응이 나왔다.  심지어 부장급이 전화를 해도 연락을 받지 않고, 동선이 파악되지 않는 것이다.

(재택근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재택근무로 밝혀졌다.)


그런데, '재택근무 그 자체,  Home working Itself'인 A가 전체 회의 후 회식에는 끝까지 남아있는 것이다.



A가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을 하니 그렇지 않아도 이상했는데, 편하게 대화하려고 왔다고 하니,술자리에서 본인과 윗선 본원(本原)에 대한 부정적인 얘기가 도는지 감시하러 왔구나'하면서 A의 의도를 간파했다. (무슨 밀본이냐)


밤 12시30분이 넘어 3차를 가는데도 극구 A가 남아있었고, 그 의도가 워낙에 뻔했기에 아무도 A가 관심 가질만한 여지를 주지 않았다.


A가 본원의 오더를 받아 회식 동향을 감시하려 했는지, 아니면 주체할 수 없는(?) 충성심으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나 뻔한 함정이어서 다들 언행을 조심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미 다른 사람들은 서로 믿을 수 있는 사람들끼리만 모여서 충분히 본원과 A, 해당 라인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었다.


협량(狹良)의 책임자일수록 건전한 비판을 수용하지 못하고, 프락치를 통해 반대세력을 색출하려고 든다.


위의 사례들은 프락치를 노출시켰거나 워낙에 뻔해 함정에 넘어가지 않았지만, 고도의 계책을 구사해 프락치가 가동되는지도 모르게 하는 실력자들이 있기에(이들이 정말로 무서운 사람들이다) 평소 언행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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