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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seilleu Dec 04. 2015

만약 내가 이런 선택을 했다면...

우리는 항상 선택을 해야 한다. 출근할 때 무슨 옷을  입을지부터,  점심때 어떤 음식을 먹을지, 스마트폰은 어떤 걸 살지, 인터넷 브라우저는 어느 걸 사용할지 등등 말이다. 


그런데 이런 일상적인 선택 말고 내 커리어를 결정해야 하는 중대한 순간이 오기도 한다. 그 선택에 따라 내 인생의 향방이 결정될 수 있기에 신중하면서도 올바른 선택이 필요하다. 


때로는 '내가 이때 이런 선택을 했더라면' 했던 순간도 있었고, '내가 그때 그 선택을 해서 다행이었다'는 때도 있었다. 




4년 전 A회사를 다닐 때였다. 당시 나는 업무부진을 이유로 기자 직군에서 마케팅, 영업 부서로 발령받았다. 홍보활동을 하러 코엑스에 갔는데 B회사 분들과 마주쳤다. 


그 회사에는 A회사에서 옮긴 분들이 몇 있었고, 내가 선배로 모시던 분도 있었다. B회사에서는 나를 기자로  스카우트하겠다고 제안을 했다. 


아마도 내가 A회사에서 불만이 많을 것이고, B회사에서 기자가 필요했기 때문에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았다. 당시 나는 A회사에 미련이 남아있었지만 향후 흐름에 따라 B회사로 옮기면서 A회사 기자와 경쟁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그날 코엑스에서 같은 회사 출신 직원과의 트러블만 없었어도 옮겼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그 직원도 A회사 출신이고, 나보다 나이가 많고 A회사에 불만이 많았어도 A회사 신문을 내가 보는 앞에서 밟는 등 도발적인 행동을 하는데, 도저히 참지 못하겠는 거다. 


그래서 B회사 직원의 행동을 윗선에 보고했고, 이후 두 회사 간 일이 커지면서 B회사로의 이직 건은 물건너갔다. 


그 사건 이후 나는 기자직에 다시 복귀했다가 1년 후 사보제작팀으로 옮겼고 결국 그만뒀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될 거였다면 당시에 내가 좀 참고 같이 A회사를 욕했다면 B회사로 이직했을 텐데, 그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간혹 들었다. 


그랬다면 나는 현재 금융이나 증권 등의 경제 분야가 아닌 교육 분야 기자로 활동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진출처 : http://myyearwithoutclothesshopping.com/


시간이 흘러 1년 전 이맘때였다. 전 직장에 있었던 나는 전전 회사 선배와 동기한테 연락을 받았다. 나는 전전 회사에서 C회사로 그들은 D회사로 옮겼는데, D회사로 옮기라는 것이다. 


제안도 나쁘지 않았다. 연봉도 어느 정도 오르고 별도의 법인카드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C회사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구성원에 만족하고 있어서 옮기고 싶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미심쩍은 부분도 있었고, 다른 지인들한테 물어보니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C회사에서 좀 더 내 자신을 발전시키고 싶었고, D회사의 조건은 내가 반드시 옮길 만한 '거절할 수 없는 정도'의 제안은 아니었다. 


막판에는 "정말 내가 이렇게 제안하는데 매정하게 할 거냐?"는 말도 들었는데, 친분은 친분이고, 커리어 선택은 별개라고 생각해서 결국 거절했다. 


그런데 그들은 D회사에 있다가 얼마 있지 않아 E회사로 옮겼다. 그때 내가 이직했다면 회사를 추가적으로 또 옮길 뻔했었다. 당시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잘한 것이었다



그러다가 현재의 직장에 옮긴지 5~6개월이 지났다. 현 직장은 인지도나 구성원들의 역량을 고려했을 때 가고 싶었던 곳이었고, '거절할 수 없을 정도의' 좋은 제안이어서 옮겼다. 


그런데 만약 내가 D회사로 갔다면 E회사로 갔을 거고, 거기서는 현 직장에 올 수 있는 접점이 없었다. 당시의 선택이 커리어의 손실을 막은 것은 물론 향상까지 가져왔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현 직장에 오는 과정에서 '나비효과'도 느껴진다. 전 직장의 상황이 잠깐 어려워져서 한 달간 휴직을 했었는데 그때 F회사를 추전 받은 적이 있었다. 그곳은 내가 크게 가고 싶지는 않았는데 만약 기회만 된다면 면접은 봐야지 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요즘 나와 출입처에서 자주 마주치는 그 G기자는 내가 현 직장에 이직하기 전에 이곳에 지원했으나 결국 F회사로 갔다. 만약 G기자가 합격했다면 내가 F회사로 갔을 수도 있었는데, G기자를 볼 때마다 서로의 직장이 바뀔 수도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G기자는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지만...



이직하느냐, 마느냐 참 어려운 문제다. 내가 노스트라다무스도 아니고, 미래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반드시 선택을 해야 하며, 그 선택은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몇 년간 한 순간의 선택으로 인해 결과론적인 생각도 들고, 서로의 진로가 바뀌고 희비가 엇갈리는데, 이것도 인생의 묘미 중 하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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