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브릿지라는 영화를 보면서 애국심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사람들이 '애국'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국가의 역할과 책임이며, 협상력은 결국 국력에 비례한다고도 느꼈다.
(아래 영화 스포가 있습니다.)
영화 초반에 소련의 스파이가 미국 당국에 의해 체포되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사형을 감수하더라도 미국의 의도에 부합하는 증언을 하지 않는다.
이후 소련 상공을 날던 U2 정찰기가 격추되면서 미국 조종사가 포로로 잡힌다. 조종사도 고문을 받으면서 고통을 겪지만 당시 최신 정찰기였던 U2에 대한 기밀을 누설하지 않는다.
소련 스파이와 미국 조종사 모두 '애국심'이 있었기에 본인의 임무를 수행했고,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도 애국심을 유지했다.
미-소 양국 간 이해관계가 맞아서 스파이 교환에 나선 측면도 있지만, 영화를 보면서 두 나라 모두 임무를 수행한 자신의 요원과 조종사를 구하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최소한 두 나라 모두 '나 몰라라' 하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책임전가가 만연한 현재 우리나라 상황이 오버랩됐다. 조직에 충성을 요구해 놓고 결과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경우 책임을 떠넘기고, 조직을 살린다는 미명 하에 개인을 매장시켜버리는 사례들을 꽤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주인공도 애국심이 있었다. 미-소 양국이 워낙 냉전이 치열하다 보니 핫라인이 없었고 주인공이 동독에서 스파이 교환을 협상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안전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영화에서 애국심이 있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성공적인 스파이 교환이 성사되면서 '애국자'들은 해피엔딩을 맞게 된다. 협상을 하는 과정과 결과를 보면서 감동적인 장면이 많이 나오지만, 애국심이 존중받는 모습도 나에게는 인상적이었다.
나는 이를 '국가의 품격'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영화를 보면서 국력에 대한 생각도 드는 것이다.
미국 조종사가 몰았던 U2 정찰기는 1959년경에 이미 상공에서 7만 피트(21km)까지 올라가서 특수 카메라로 정찰을 한다. 한동안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소련은 SA 미사일을 개발해 격추에 성공했다. (위에 언급된 요격)
무려 50년도 더 지난 시기에 두 나라는 이런 첨단기술의 공방이 오갔던 것이다. 현재 러시아가 과거 소련만큼의 영향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외교력, 협상력이 강한 것에는 그만큼 과학기술 등 국력이 받쳐주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하게 됐다.
어쨌든, 영화를 보면서, 또한 최근 우리나라 사회를 보면서 국가의 품격과 애국심에 대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