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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seilleu Nov 25. 2015

<이터널 선샤인> 기억은 지워도 감정은 지워지지 않는다

최근 이터널 선샤인이 10년 만에 다시 개봉했다. 당시에는 큰 화제를 모으지 못했고 국내에서도 17만명 정도의 부진한 흥행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이 영화에 대한 재평가가 되면서 걸작으로 인정받는  듯한데, 이번 개봉에서는 무려35만명이 넘는 관객이 찾아왔다고 한다.


마침 이번에 재개봉했고, 워낙에 유명하고 걸작으로 평가받는 영화를 보고 싶어서 바로 애매했다.


짐 캐리가 주연한 영화로만 알고 있었는데, 케이트 윈슬렛, 키스틴 던스트, 마크 러팔로 등도 나왔다. 특히 러팔로 형님은 헐크의 이미지와는 많이 달랐다. (위의 포스터에 소개도 안됐다. 당시 무명이었나 보다.)


가끔 나는 예전의 기억들로 신경쓰일때가 있다.


나한테 얄미운 말이나 행동을 했다거나, 나를 불쾌하게 했다거나, 내가 실패한 기억들이 간혹 떠오르기 때문이다. 한창 시간이 지나서 내가 지금 현재 어떻게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해결은 못하고 내 기분만 상한다.


그래서 마치 컴퓨터 하듯, 내가 싫은 기억을 폴더에 모아서 삭제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영화에서도 기억의 삭제에 대해 나온다. 짐 캐리 여친이 다툼 끝에 그의 기억을 삭제했고, 그 사실을 짐 캐리가 알게 된다.


짐 캐리 입장에서 생각해봤다. 여친이 나에 대한 기억을 다 지웠고, 나를 전혀 모르고 처음 본 사람처럼 대할 때 얼마나 당혹스러웠을까 하고 말이다.


배신감에 화가 난 짐 캐리는 여친이 갔던 기억을 삭제해주는 병원에 가서 기억을 지운다.


그런데 여기서 기억의 역설이 발생한다. 그녀가 싫어서 기억을 지우는데, 지우기 위해 그 기억을 떠올리는 과정에서 옛 추억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중에는 다투고 싸웠던 기억도 있었지만, 그런 것도 두 사람 간의 추억이었고 당시에는 그 소중함을 몰랐던 것이다.

감독은 이 작품에서 '기억은 지울 수 있지만 사랑은 지울 수 없다'라는 말을 한 것으로 아는데(위의 영화 포스터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영화를 보면 감독이 그 메시지를 전하려는구나 하는 걸 느꼈다.


여친이 기억을 지울 때 병원 직원이 그녀를 사랑해서 기억 삭제 후 짐 캐리인척 한다. 그가 했던 말을 하고, 그가 했던 선물을 주고, 좋은 멘트를 그대로  따라한다. 그런데 그녀는 기억이 지워졌음에도 본능적으로 이상을 느끼고 그를 거부한다.


이후 짐 캐리와 여친 모두 기억을 지우고 나서 서로를 모르지만, 같은 장소에 가서 계속 마주치고, 왠지 예전에 만났던 사람 같고, 끌림을 느끼고 다시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누가 시킨 게 아니었다.


그리고 전혀 뜻밖에 병원에서도 사건이 나는데, 짐 캐리의 기억을 지우는 작업 중에 의사와 간호사가 사랑을 나누는데, 알고 보니 간호사가 과거에 의사와 불륜을 하고 나서 의사와의 기억을 지웠던 것이다. 기억을 지웠는데, 또다시 사랑의 감정이 생겼던 것이다.

영화에서는 단편적인 기억을 지운다고 해서 그게 '완전 삭제'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걸 나타내는 것 같다. 그리고 진실한 감정은 설령 기억이 지워지더라도 다시 시작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영화는 친절하게 설명해주기 보다는 영화 속 비유나 상징도 많고, 시간 구성도 바꾸면서 한 번 봐서는 이해하기 힘든 것 같다.


그런데 사람의 기억은 컴퓨터 파일 삭제하듯 Shift+Delete 하거나 Format을 해서 없앨 수 있어도(과학적으로  가능할지 모르지만) 사람의 감정은 컴퓨터 파일이 아니기에 쉽게 삭제되지 않으며, 그만큼 소중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마지막으로 영화에서 이 대사가 내 마음에 많이 남는다.


You can erase someone from your mind, getting them out of your heart is another story.

(당신이 누군가를 당신의 마음으로부터 지울 수 있어도 사랑은 지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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