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러브 액츄얼리>라는 영화를 봤다. 이 영화가 개봉된 게 2003년이니까 개봉한지 무려 10년이 넘은 영화다. <나홀로 집에>와 크리스마스 영화를 대표하는 영화다 보니까 재개봉해도 많은 관객들이 들어왔다.
이 영화를 20대 시절 보고 30대 시절에 보게 되는데, 한 번 보고 두 번 보다 보면서, 내가 나이를 먹으면서 새롭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이 영화에서는 많은 사랑의 이야기가 다뤄지지만 가장 인상에 남는 에피소드는 바로 콜린 퍼스와 루시아 모니즈 간의 사랑이다.
이 커플은 이뤄지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일단 언어가 제대로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자는 영국인, 여자는 포루투갈인인데, 서로 상대방 나라의 말을 할 줄 몰랐다. 그나마 중간지대(?)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어나 스페인어 등등도 서로 익숙하지 않아 아주 제한된 영역에서만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그러다가 집필 중인 원고지가 바람에 날려가고, 그걸 찾으면서 사랑의 감정이 시작된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 소설가와 청소 도우미의 관계가 끝난 이후 사랑을 하기 위해 서로 상대방 나라의 언어를 배운다. (물론 그들은 이런 사실을 몰랐다.)
마치 문학작품 <크리스마스 선물>이 연상되는데, 남자는 포르투갈어를 배워서 포르투갈까지 가서 그 언어로 청혼하고, 여자는 영어로 그 청혼에 영어로 대답한다.
사소한 인연으로 감정이 시작됐지만, 이런 노력(?)은 그들의 순수한 사랑이 이뤄지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받는 사랑'이 아닌 '주는 사랑'이었기에 가능했고, 그들의 모습이 가장 인상에 남았다. (게다가 직접 청혼을 하러 원정을 가고, 레스토랑에서 청혼하는 용기까지도)
최근 인터넷을 보면 '데이트 폭력'이니 '데이트 비용' 등에 대한 화두로 인한 논쟁들이 많다.
데이트 폭력은 뭐 정당성을 논의할 가치도 없어서 논외로 치고 데이트 비용을 두고는 생각할 문제가 많은 듯하다. (이 논의가 좀 더 연장되면 결혼 준비비용으로 확대된다.)
그런데 이 주제와 관련한 논쟁을 살펴보면 '내가 주겠다'가 아니라 '내가 받겠다'는 생각이 깔리는 것도 갈등의 요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SNS가 발달하면서 누가 누구한테 어떤 선물이나 이벤트를 했는지가 공유되면서 더더욱 '주는 사랑'이 아닌 '받는 사랑'이 중시되는 것 같고, 사회 분위기가 이 같은 현상을 더욱 심화시킨다는 게 내 생각이다.
또한 당사자 커플은 괜찮은데, 주변에서 흔들어 대고, 이 때문에 예전에 없던 갈등이 시작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리고 '받는 사랑'만 하기에는 상대방도 바보가 아니다.
영화에서 '네가 영어 배워', 혹은 '네가 포르투갈어 배워'(그럼 내가 배울까?) 했으면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또한 영화 속 다른 커플의 얘기지만 영국 총리가 '내 체면이 있지 내가 비서 집에 까지 찾아갈까' 했다면 그 커플은 이뤄졌을까 이런 생각이 든다.
물론 너무 주는 사랑만 하다가 호구가 돼서 큰 상처를 입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누군가와 사랑의 감정을 공유하려면 '받는 사랑'이 아닌 '주는 사랑'이 좀 더 많아야 하지 않을까, 그게 좀 더 건설적이고 강한 유대감을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표현해 본다.
p.s 영화를 보면 휴 그랜트, 콜린 퍼스, 키이라 나이틀리, 리암 니슨, 엠마 톰슨, 미스터 빈 등의 10여 년 전 모습도 좋고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등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음악들도 좋고, 여운이 남는 스토리들을 봐서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