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보고
크리스마스 이브날,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봤다. 2시간 동안 잔잔하게 스토리가 진행되는데, '가족'에 대한 생각을 계속하게 되는 영화였다.
이 영화는 포스터에 나온 4명의 여성들이 아버지로부터 받은 상처를 치유해가면서 가족으로 뭉쳐나가는 내용이라 딱히 스포일러라고 할 것도 없다. 전형적인 일본 스타일의 평온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바탕으로 소박하게 진행된다.
이 영화의 키워드는 '3+1'과 '가족'이다. 세 자매의 아버지는 15년 전 다른 여성과 바람이 나서 결국 가정을 꾸려버린다. 나머지 한 명은 바람이 났던 그 여성의 딸이다. 영화에서는 막내로 등장한다.
4명 모두 상처가 있다. 세 자매는 각각 나이에 따라 상황이 다르지만, 첫째는 아버지의 외도로 사춘기 시절 아픔을 겪어야 했고, 셋째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 자체가 없어 그것마저도 아쉬움으로 남는 것이다.
넷째의 경우 자신의 존재로 인해 많은 사람이 상처를 받았을 거라는 생각에 세 자매에 대한 미안함이 있다. 작중에서도 '동생이지만 가정을 무너뜨린 사람의 딸'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 정도 모티브라면 막장 드라마의 소재로도 활용이 가능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남은 자들이 비록 시작은 악연일 수 있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또 하나의 가족으로 뭉치게 된다. 과거를 딛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모습이 감명적이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 나이가 35에서 36으로 넘어가는 시기가 돼서 그런가 '가족'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어렸을 때 부모님 품에서 떠나 군대에 가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인생경험을 할 수 있었는데, 부모님만큼, 가족만큼 나를 아껴주고 위하는 분들이 있는가 되돌아보게 됐다.
구직활동이 잘 안될때, 회사를 그만두고 공백기를 가질 때, 월급을 받지 못해 고생했던 시기를 떠올려보면 가족이 있었기 때문에 이겨낼 수 있었다.
조금씩 인생을 살아가면서 직장생활을 하고,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양육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 조금씩 경험하게 되면서 더더욱 이런 생각이 강해진다.
한편, 내 또래, 선후배들을 봐도 상당수는 이미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키우고 있다. 즉, 가족을 형성(?)해 가고 있는 점도 영화를 보면서 연상됐다.
p.s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곳은 가마쿠라라고 하는 곳인데, 아름다운 풍경이 많이 나와서 꼭 가보고 싶다.
이 영화는 딱히 클라이막스가 없고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블록버스터나 화려한 액선, 자극적인 스토리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