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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seilleu Jan 03. 2016

목숨을 걸 정도의 투혼

출처 : 사이버오로

이 사진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86년 1월, 사진 오른쪽의 조치훈 九단이 대국을 열흘 정도 남기고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 사진에서 유추할 수 있듯 두 다리와 왼손 골절로 전치 6개월의 중상을 입었다.


조 9단은 여섯 살 때 일본에 진출해 1980년 24세의 나이로 일본 명인전을 우승했고, 우리나라에 잠시 귀국해 국가 위상을 높인 공로로  은관문화훈장을 받게 된다. 축구로 비유하면 박지성이 발랑도르를 수상하거나 챔피언스리그 MVP를 수상한 정도라고 보면 비슷할 것 같다.


이같은 상황 때문에 그 사고를 두고 '한국인이 일본 바둑을 재패 하는 걸 싫어한 일본 우익에서 테러를 했다'는 설도 파다했다.


일본 바둑을 평정한 조 九단은 일생의 라이벌이었던(당시에는 한 수 아래로 여겨지는)  고바야시 고이치 九단을 맞아 7전4선승제 기성전 시합(일본 서열 1위 대회)에서 휠체어 대국이라는 투혼을 보여 2-1로 앞서 나갔다.


물론 이후 체력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힘들었고 고바야시 九단이 반격하면서 결국 2-4로 패배하고 만다. 일본 1위의 자리를 그것도 라이벌에게 뺏기는 아픔을 겪게 된다. 그러나 담당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걸고 둔다'라는 그의 의지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참고로 고바야시 九단은 기성 타이틀을 1993년까지 방어하는 등 일본의 자존심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조 九단이 1994년 도전자가 되면서  4-2라는 스코어로 설욕하면서 다시 일본 1위 자리에 올라선다.)



2016년 한 해가 시작됐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10대, 20대를 넘어 30대도 중반에 들어섰다. 내가 사회생활 초년 시절 고참 선배로 느꼈던 그 나이를 어느덧 먹고 말았다.


내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하면서 느낀 점 중에 하나는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때 후회 없이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그 기회에 대한 고마움, 중요성을 모르지만 당연하게 생각했던 그 기회가 언제나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30대 중반이라는 나이는 미숙함을 넘어서 서서히 전문성을 쌓아나가고 통찰력을 키워나가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내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시점이고, 노력이 절실하다.


조치훈 九단의 '목숨을 건다'는 마음가짐을 본받아 열정적으로 후회 없이 노력하고 싶다. 그래서 내 나이 40이 되기 전에  30대의 결실을 맺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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